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담임목사가 교회의 모든 것을 다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어렵다. 만일 전권을 가지고 휘두른다면 그는 좋은 목사는 아닐 것이다.
흔들리면서 토양이 적합한 꽃을 심고 피우는 것이다. 그것을 놓치면 목사도, 성도도, 교회도 흔들리다가 무너지고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 박영돈목사님의 글이 공감이 되어 나눈다.
1. 목사가 되면 담임목회를 선망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겠느냐만 담임목회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안정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성경을 연구하며 보고 싶은 책을 읽고 말씀 준비에 전력할 수 있다는 게 목사의 로망이다.
2. 그러나 목사가 그런 일만 한다면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온갖 치사하고 비루한 일로 부대끼며 밥벌이하느라 허덕이는 교인들에 비하면 신선놀음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게다. 물론 매주 새로운 설교를 십 년 이십 년 계속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3. 담임목회에서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다양한 성향과 갖가지 문제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을 상대하며 섬기는 일이다. 성화가 덜 된 죄인이 죄인들을 사랑하고 섬기자니 힘들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다.
4. 교인이 백 명이면 목사에 대한 요구와 기대도 다르다. 또 교인들이 안고 있는 아픔, 몸과 마음의 오랜 질병, 가정과 자녀의 문제, 영적으로 병든 상태를 마음에 품고 기도하며 안타까워하다 보면 바울이 매일 자기 마음에 눌리는 것, 교인들을 위한 염려가 있었다는 고백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5. 나는 은퇴한 후에도 가정과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교인들에 대한 염려와 기도가 멈춰지지 않는다.
6. 교회에서는 세상과는 달리 마음으로 이어지는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기에 그만큼 더 아픔과 상처가 따를 수 있다. 목사는 교인들을 그저 섬길 뿐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7. 그러나 인간관계가 일방적일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오래 마음을 준 이들에게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 받을 때, 자신의 수고와 섬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접할 때보다 목사에게 더 큰 보람과 행복은 없다.
8. 그러나 목회의 현실은 아주 다르다. 목회를 오래 하면서 목사 자신부터 인간은 참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임을 절감한다. 사람들을 섬기는 것은 상처 받고 거부 당하며 배신 당하는 자리에 서는 것이다. 자신의 사랑과 섬김에 대한 감사의 반응이 없는 섭섭함과 씁쓸함을 오래 감내해야 할 자리이다. 그러니 목회는 어쩌면 극한 직업인지 모른다.
9. 그래도 그 정도면 목회는 힘들어도 할 만하다. 목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교인들 사이에 분란이 일어나고 목사가 교회에서 세상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비인간적이고 비정한 일을 당할 때 직면한다.
10. 못된 목사로 인해 교회가 진통을 겪으며 교인들이 상처를 받는 사례도 많지만 아주 고약한 장로와 집사, 교인들에 의해 선한 목사가 더 이상 목회를 못 할 정도로 망가지는 경우도 적잖다.
11. 어떤 목사 부부는 가혹한 정신적인 린치를 당해 몸과 마음의 병을 얻어 목회를 접고 오래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날 교회에서 그런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잘 안 알려졌을 뿐이다.
12. 그런 비정한 일을 당하면 교인들에게 오만 정이 떨어진다. 목사가 교인들에게 질려 더 이상 그들을 섬기기 힘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목회의 실제 위험이다.
13. 그러니 영특한 목사들은 그런 상처를 받지 않도록 교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괜찮은 목사 코스프레를 하는 얍삽한 처세술로 무난히 목회를 꾸려간다. 그것도 생존의 비법일 수 있겠다. 그런 재주가 없는 어리숙하고 순진한 목사일수록 그런 문제에 더 취약해서 마음에 상처를 잘 받는다.
14. 담임 목회를 꿈꾸는 이들이 그 자리에서 누리는 혜택보다는 이런 어려움에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목사에게 가장 큰 저주가 성령 없이 목회하라는 말이라고 하던데, 사랑의 영이신 성령의 도우심과 위로 없이는 이런 목회의 고충을 버텨내며 오래 참음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15. 목사는 교인들을 진실하게 섬기는 종으로, 교인들은 그런 목사를 귀하게 여기는 성도로 함께 성숙해가기를 소망한다.
16. 박영돈 목사님의 귀한 나눔이다. 읽으면서 공감이 간다. 목사와 목회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상처를 입고 그것을 넘어 상처입은 치유자로 살아가야만 목회가 가능하다.
17. 담임목사로 해가 갈수록 목회가 쉬우면서도 어렵다. 설교가 쉬우면서도 어렵다. 목회와 설교 속에서 패러독스를 자주 발견한다.
18. 시간이 흐르면서 낙심도, 좌절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영감으로 다시 일어나고 생수의 강이 흘러가고 흔들리면서 피는 꽃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19. 개인적으로 프로그램목회가 아닌 프로세스 목회를 선호한다. 여러 개의 접시를 돌리는 광대처럼 계속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하나님을 경험하고 삶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는 사람 세우는 목회를 선호한다.
20. 크고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좋다. 그저 누군가를 손 잡고 다시 일으켜 주고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고 꽃 피울 수 있다면 그것이 목회자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21. 오늘도 기억한다.
"세상의 모든 좋아 보이는 것들은 언젠가 다 사라진다. 결국 사람만 남는다. " - 이상갑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