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가 만드는 거룩의 아름다움”
* 말씀: 출애굽기 28장 2–3절
출애굽기 28장 2–3절은 제사장의 복식을 규정하는 짧은 본문이다. 그 안에는 예배와 거룩, 아름다움과 지혜에 관한 깊은 신학이 담겨 있다. 하나님은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만들라고 명하신다. 그런데 그 옷은 “영화롭고 아름답게” 지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님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그 일을 맡기신다. 하나님의 거룩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통해 영광과 아름다움의 형식으로 구현된다.
“네 형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영화롭고 아름답게 할지니 너는 무릇 마음에 지혜로운 자, 곧 내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말하여 아론의 옷을 지어 그를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출 28:2–3)
1. 거룩은 영광과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우리는 종종 거룩을 너무 딱딱하게 이해한다. 거룩은 차갑고, 아름다움은 부드럽다고 여긴다. 그리고 둘을 서로 다른 영역에 놓는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아론을 위한 옷을 “거룩한 옷”이라 부르신다. 동시에 “영광과 아름다움”을 위하여 지으라고 명하신다. 여기서 거룩은 초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찬란함과 연결된다.
히브리어 ‘영광’(카보드)은 영광이면서 동시에 무게를 뜻한다. 거룩은 존재 전체가 하나님께 사로잡히는 자리다. 그리고 ‘아름다움’(티페렛)은 아름다운 광채를 뜻한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거룩은 영광의 무게를 품은 아름다움이다. 거룩 없는 아름다움은 공허하고, 아름다움 없는 거룩은 메마르다.
2. 하나님은 지혜로운 영으로 사람을 채우신다
하나님은 거룩한 옷을 만들 사람들까지 지명하신다. 그들은 “마음에 지혜로운 자들”이며, 하나님께서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이다. 바느질하는 손, 직물을 짜는 감각, 색을 배치하는 안목, 보석을 다루는 섬세함조차 하나님 나라의 일에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영적인 것은 기도와 설교이고, 기술적인 것은 덜 거룩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출애굽기 28장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지혜를 세속적 재능으로 취급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 지혜를 통해 당신의 거룩을 드러내신다.
3. 거룩은 공동체가 함께 짓는 아름다움이다
아론은 그 옷을 입는 사람이지만, 그 옷을 만드는 것은 하나님이 지혜를 주신 사람들이다. 거룩은 한 사람의 카리스마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룩은 공동체가 함께 빚는 아름다움이다. 누군가는 입고, 누군가는 만든다. 이 모든 손길이 함께 어우러질 때 하나님 앞에 합당한 질서가 세워진다. 말씀을 준비하는 이, 찬양하는 이, 예배 공간을 정돈하는 이, 영접하고 환대하는 이, 교육을 맡는 이,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의 손을 통해 믿음의 공동체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공동체 안의 다양한 재능은 경쟁의 근거가 아니라 거룩을 세우는 협력의 자원이다.
이 거룩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 아론은 거룩한 옷을 입은 대제사장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대제사장으로 오셨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옷을 벗김 당하시며 우리의 수치와 죄를 짊어지셨다. 그리고 부활로 영광을 입으셨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를 옷 입은 자들이다(갈 3:27).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의 옷을 입히신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우리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지혜가 만드는 거룩의 아름다움이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의 얼굴이, 세상 속에서 드러내는 삶의 태도가 영광과 아름다움으로 빛나기를 하나님은 원하신다.
** 기도문
영광과 아름다움의 하나님,
거룩을 딱딱하게만 여기고,
아름다움을 세상 것으로만 돌렸던 미련함을 용서하소서.
우리 예배도, 세상에서의 삶도
주님의 영광을 품은 아름다움으로 빚어 주소서.
주님의 지혜로 우리 손이 거룩한 아름다움을 짓게 하시고,
그리스도를 옷입은 사람으로 오늘 하루를 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