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림 없는 친밀은 경박하고, 친밀 없는 떨림은 차갑다.” - 속죄소 위에서 배우는 참된 예배 -
* 말씀: 출애굽기 25장 22절
예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어떤 이는 장엄함을 원하고, 어떤 이는 따뜻함을 원한다. 하나님을 너무 높이 올려 멀게 만들 때도 있고, 지나치게 가까이 끌어내려 가볍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러나 출애굽기 25장 22절은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 준다. 예배는 ‘초월과 친밀’을 함께 품으시는 하나님 앞에 서는 일이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 25:22)
1. 예배의 초월: “두 그룹 사이에서”
예배는 하나님의 초월 앞에 서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말씀하신다. ‘그룹’은 하나님의 거룩과 영광을 둘러싼 영적 존재들이다. 이스라엘의 지성소에는 우상이 없다. 보좌는 있으되 신상은 없다. 이는 하나님이 인간의 손에 붙들리거나 조작될 수 없는 분임을 뜻한다.
예배가 예배인 이유는 하나님이 하나님으로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배에는 언제나 경외가 있어야 한다. 경외를 잃은 친밀은 곧 가벼움으로 변하고, 그러한 신앙은 결국 자기감정의 반사판이 되고 만다.
2. 예배의 친밀: “내가 너와 만나고”
그러나 하나님은 높은 보좌에만 머물지 않으신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라고 말씀하신다. 초월하신 하나님이 먼저 만남을 약속하신다. 여기서 예배는 인간의 종교적 성취가 아니다. 하나님 편에서 열어주신 약속된 만남이다. 이것이 은혜다.
그러므로 예배는 위협이 아니라 초청이며, 도망이 아니라 접근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이 죄인을 향해 “오라” 하시는 사건, 그것이 예배다. 하나님은 멀리만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가까이 오신다. 그러나 그 가까움은 값싼 친근감이 아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이 죄인인 우리를 친히 만나 주시는 은혜다. 예배는 바로 그 사실을 믿고 서는 자리다.
3. 예배의 중심: “내가...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
예배의 중심은 속죄와 말씀이다. 하나님은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서 말씀하신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죄인인 인간의 만남은 언제나 속죄를 통과해야 한다. 속죄소(kapporet)는 단지 언약궤의 뚜껑이 아니다. 죄의 문제를 덮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자리다.
그러므로 예배의 중심은 속죄와 말씀이다. 하나님은 속죄소 위에서 만나시고, 그 자리에서 말씀하신다. 여기서 우리는 예배의 중요한 원리를 배운다. 참된 예배는 단순히 하나님을 느끼는 시간이 아니라, 용서받은 자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다.
이 본문은 마침내 그리스도에게로 이어진다. 구약의 속죄소라는 장소가 그리스도 안에서 인격적으로 완성된다(롬 3: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아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그러므로 우리는 죄인으로서 하나님의 초월 앞에 떨며 나아간다. 동시에 우리는 자녀로서 아버지께 담대히 나아간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거룩과 사랑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포옹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떨림 없는 친밀은 경박하고, 친밀 없는 떨림은 차갑다. 복음의 예배는 이 둘을 함께 살린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예배는 초월과 친밀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신앙 훈련이다. 높으신 하나님이 친밀하게 다가 오시고, 가까이 계신 하나님이 여전히 거룩하시다는 사실, 바로 그 긴장 속에서 예배는 살아난다.
오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도 여기에 있다. 예배를 너무 무겁게 만들어 하나님을 멀어지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만들어 하나님을 일상적 취향으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예배는 거룩한 친밀함의 자리여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높으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떨림과 기쁨으로 그 앞에 선다. 멀리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높으시면서도 가까우신 하나님 앞에 서는 일, 그것이 곧 우리 예배이다.
** 기도문
거룩하신 하나님,
주님은 높고 거룩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를 만나 주시는 은혜를 찬양합니다.
주님 향한 경외를 잃어 경박하지 않게 하시고,
친밀을 잃어 멀어지지 않게 하소서.
십자가 속죄의 은혜 위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우리의 예배가 거룩한 친밀감의 자리 되게 하옵소서. 아멘.
* 추기: 토요일과 주일 본문을 묵상하지 않다 보니, 늘 토요일과 주일에 해당하는 본문을 생략했습니다. 이번부터는 토,일,월 본문에 해당하는 것 중에서 묵상할 구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 토요일 본문(출 25장) 중에서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