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폭력의 상한선: 눈에는 눈!” * 말씀: 출애굽기 21장 23-25절 출애굽기 21장 23-25절은 흔히 오해되는 본문이다. "눈에는 눈,

ree610 2026. 3. 10. 07:01

“폭력의 상한선: 눈에는 눈!”
* 말씀: 출애굽기 21장 23-25절

출애굽기 21장 23-25절은 흔히 오해되는 본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은 자칫 잔인한 보복의 명령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말씀은 복수를 부추기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복수를 제한하는 데 있다. 이 법은 폭력의 허용선이 아니라 폭력의 상한선을 정한다. 인간의 분노가 끝없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나님은 정의의 경계를 세우신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갚을지니라”(출 21:24-25)

1. "눈에는 눈"은 보복의 제한이다

“눈에는 눈”(“눈 대신 눈”이라는 뜻)은 단순한 신체 훼손의 반복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응성이다. 곧 피해보다 더 큰 보복을 금한다는 뜻이다.
고대 사회에서 폭력은 쉽게 확대되었다. 작은 상처가 큰 복수로 이어지고, 개인의 분노가 가문과 공동체의 파괴로 번지기 쉬웠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으신다. 누군가 눈을 상하게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명을 빼앗지 말라. 이 법은 보복의 면허증이 아니라, 보복의 상한선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야만을 멈추게 하는 문장이다.

2. 하나님의 정의는 폭력의 악순환을 막는다

이 법은 추상적 정의론이 아니라, 상처난 몸과 생명 앞에서 주어진 판결의 원리다. 성경의 정의는 관념의 탑 위에 서 있지 않다. 언제나 다친 사람의 현실 앞에 선다. 상처는 실제 상처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상처를 당한 사람이 자기 분노를 절대화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본문은 사적인 복수의 권리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질서 안에서 공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복수의 사유화가 아니라 정의의 공공화다.

3. 왜 다시 폭력의 상한선을 배워야 하는가?

오늘 우리는 과잉 보복의 시대를 산다. 개인은 상처를 받으면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어 한다. 사회는 실수한 사람 하나를 집단적으로 매장하려 든다. 국가는 안전과 질서의 이름으로 필요 이상의 강압과 응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개인의 과잉 보복, 사회의 낙인, 국가의 과도한 폭력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다르지 않다. 한 번의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낳고, 보복은 다시 보복을 부른다. 폭력은 절제되지 않으면 전쟁까지 불사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정의라 부르며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힘의 사용 앞에서 자기 절제를 배워야 한다.

예수님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라고 하시며, 보복의 중단과 원수 사랑의 길을 여신다(마 5:38-39). 이것은 율법의 폐기가 아니라 완성이다. 출애굽기의 법이 폭력의 확대를 막았다면, 예수님은 그 폭력의 순환 자체를 끊으신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상처를 받으셨으되 되갚지 않으셨다. 모욕을 당하셨으되 모욕으로 응답하지 않으셨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정의는 사라지지 않고, 자비 안에서 완성된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길은 분명하다. 상처를 정직하게 직시하되, 복수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이다. 정의를 사랑하되, 증오를 정의로 오인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는 눈"을 넘어 예수님 안에서 완성되는 하나님 나라의 길이다. 폭력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더 깊은 정의의 시작이다. 정의를 말하면서도 폭력과 전쟁을 키워가는 우리 시대를 보며, 하나님은 얼마나 탄식하고 계실까?

** 기도문

정의의 하나님,
우리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니 감사합니다.
억울함 속에서도 분노가 우리를 지배하지 않게 하소서.

정의를 구하되 복수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개인과 사회와 국가가 힘과 권력의 절제를 배우게 하소서.

십자가에서 폭력의 사슬을 끊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오니,
오늘 우리를 평화의 사람, 정의의 사람으로 세워 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