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내부 제보' 부교역자들은 배신자가 아니다: 최근 포도원교회 김문훈 목사의 부교역자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 논란이...

ree610 2026. 3. 6. 06:42

<'내부 제보' 부교역자들은 배신자가 아니다>

최근 포도원교회 김문훈 목사의 부교역자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 논란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필자가 한때 교회 부교역자로 있을 때에도 동료들로부터 몇몇 담임목사의 기이한 갑질 이야기들을 종종 듣고는 했다. 이번 사건은 김 목사가 대형 교회 담임목사라는 것,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설교가 많은 교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겨 줬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해자와 그 내용보다는 절대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 침묵하다 끝내 용기를 낸 부교역자들의 '내부 제보' 그 자체다. 내부 제보는 조직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를 알리고 공동체를 본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공익적인 행동이다.

이번 김문훈 목사의 갑질의 심각성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한국교회의 구조적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담임목사는 교회 내에서 영적 권위자일 뿐만 아니라, 부교역자들의 인사권과 생존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권한의 사용자이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 부교역자들은 부당한 지시나 인권 침해를 겪더라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불순종'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이는 곧 소속 교단 내에서 사역의 길 자체가 막히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앙의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오히려 조직의 불순분자로 매도당하는 현실은 현재 교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권력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부교역자들이 노회나 교단 등 상급 기관에 요청하여 교회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형적인 기득권의 논리다. 개신교 교단은 기득권을 가진 담임목사들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이른바 '목회자 카르텔'로 작동되고 있다.

부교역자가 상급 기관에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철저한 진상 조사나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보다는 사건을 축소하고 무마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해자는 경징계를 받고 보호받는 반면, 제보자는 철저히 고립되고 2차 가해에 노출된다. 한마디로 내부의 부조리에 대한 감시와 불의한 권력에 대한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2차 가해가 발생했다. 포도원교회의 일부 교인들 그리고 김문훈 목사의 측근들과 신학교 동기들이 제보자들에게 항의하거나 위협을 표하는 상황이다. 내부 제보 사건에서의 2차 가해는 노골적이고 폭력적이다. 존경받는 목회자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냈다는 배신감, 그리고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신학적 세계관으로 인해 자칫 '마녀사냥'의 양태로 흘러가기도 한다. 갈등 해결의 시작인 대화와 소통은 보이지 않는다. 종교계 내에 갈등 해결을 전담하는 전문가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들이 실제적으로 교단 내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더구나 종교계의 내부 제보자들은 현행 제도하에서 철저한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현재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법률에 명시된 특정 법률 위반 행위를 신고했을 때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부당 노동 행위 등은 이 법이 규정하는 명확한 공익 침해 행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각하되거나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제보자들은 피신고자인 교회와 목회자로부터 보복성 민형사 소송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상대적으로 재력과 조직력을 갖춘 교회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의 명목으로 고소와 고발을 남발하며 제보자에게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준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공익 침해 행위의 대상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포괄주의'로의 법 개정과, 보복 목적의 소송을 즉각 중지시키고 각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왔다. 교계 제보자들 역시 이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공익적 기여에 대해 동등하고 강력한 법적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내부 자정 능력을 상실한 거대한 카르텔 앞에서 부교역자들이 언론에 제보한 것은 그들에게는 신앙적 양심으로, 그리고 이성적 판단으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언론 제보는 공동체에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훼손하는 불의에 맞서 신앙의 양심을 지키고 자신이 속한 교회, 교단 더 나아가 한국교회를 진정으로 개혁하기 위한 심사숙고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사회적 공론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며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 준비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포도원교회 부교역자들의 폭로는 특정 교회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의 구조적 병폐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교계 차원에서 부교역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와, 권력자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권센터의 설립이 시급하다. 종교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 진행되어 왔던 인권 유린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종교는 세상의 법으로부터 무한정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 내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은 마땅히 일반 상식과 세상의 법으로부터 판단을 받아야 한다. 신앙적 양심으로 진실을 말한 제보자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언론, 그리고 깨어 있는 교인들이 끝까지 연대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 사건의 갈등은 오래 갈 것이고 양쪽 모두의 상처는 깊어질 것이다. 사과문을 내고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은 김문훈 목사의 온전한 회개와 양심적 제보를 한 부교역자들의 회복을 위해, 신앙 공동체는 한마음으로 치유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이 사건이 지금의 한국교회에 어떤 시대적 책무를 주는지 주목해야 한다. 종교계의 갑질과 폭력을 사전에 방지하는 감시와 통제, 그리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교단과 한국교회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느껴야 한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모토는 종교개혁을 상징하는 핵심 정신 중 하나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하나님 앞에' 개혁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광제 / 내부제보실천운동 사무국장

출처 : 뉴스앤조이(https://www.newsnjo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