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여행 - 강영환 지는 해를 따라갔다 남은 노을빛에 눈을 씻고 강은 건너는 발등에 산 그림자를 실었다 남기고 온 집과 나무들이 그리고 꽃과

ree610 2025. 11. 21. 08:19

여행

- 강영환


지는 해를 따라갔다
남은 노을빛에 눈을 씻고
강은 건너는 발등에
산 그림자를 실었다

남기고 온 집과 나무들이
그리고 꽃과 새들이
등 뒤에 묻히는 걸 보았다
기울어져 가는 풍경이 흙빛이다

숨어가기만 하던 흐린 날을 기억하고
그림자와 함께 이곳을 떠난다
그림자는 더 이상 춤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워하는 노래도 부르지 않을 것이다

다 닳은 발톱을 뽑아
이마에 덮인 어둠을 깎아낸다
돌아오지 않는 그림자를
오래된 강물이 기억할 것이다

눈높이로 떨어진 태양을
빈손에 받아 쥐고
출렁거리고 싶은 가슴을 뽑아
마지막 숙박지에 내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