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지 쌀
- 고영민
벚나무 밑에 꽃잎이 하얗게 쏟아져 있다
봉지 쌀을 사 오던 아이가 나무 밑에 그만 쌀을 쏟은 것만 같다
아이가 주저앉아 글썽글썽 쌀을 줍는 것만 같다
집에는 하루 종일 누워만 지내는 병든 엄마가 있을 것만 같다
어린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속이 썩을 대로 썩은 늘 우는 엄마가 있을 것만 같다
배고파도 배고프다고 말을 하지 않는 착한 동생들이 있을 것만 같다
날 저무는 문밖을 내다보며 그저
왜 안 오지? 왜 안 오지?
중얼거리고 있을 것만 같다
벚나무야, 내게 쌀 한봉지만 다오
힘껏 나무를 발로 차본다
쌀을 줍고 있는 아이의 작은 머리통 위로
먹어도 먹어도 배부를 리 없는 힌 꽃들이
하르르, 쏟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