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상
- 정원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포탄이 쏟아지던 전쟁터를 막 헤쳐 나온 행색처럼
고장 난 기계 옆에 널브러진 채
함께 털버덕 고장 나 주저앉던 순간!
황급히 달려온 거래처 누군가와
알 수 없는 몇 마디 교신을 끝으로
혼미해진 정신 줄마저 끊어지던 순간부터
막막한 안부의 의식불명이 시작되었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혹시나 하며 흔들어 깨고 보니
홀로 무의식중에 일어나 들것에 눕더라니!
눕더니 또 영영 기척이 없더라니!
그 이후로는 또 다시 끝이랬다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 가던 도중에도
상태가 위중하여 황망히 서울로 실려 오던 도중에도
다시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그 뇌출혈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
사고 소식에 까맣게 탄 아내가
허공에 매달려 초초하게 대기하던 응급실에는
사소한 기억마저 남김없이 사라진 이후
창문 너머로는 또 다른 생애가 재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