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종류의 ‘수감’ 생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1. 나는 오래전 컨퍼런스 참석차 갔던 남아공에서, 넬슨 만델라가 27년의 수감생활 중 18년 (1964~1982)을 갇혀 생활했던 로벤섬 (Robben Island)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 독방의 크기는 약 1.5평이라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작은 철제 침대가 놓여있었다. 화장실은 따로 없고 하루 한 번 비운다는 금속 양동이가 있으며 다른 비품은 안보였다. 수감 초기에는 침대도 없었고 바닥에 얇은 매트를 깔고 자야 했으며, 침대는 1970년대 후반에 그나마 작은 철제 침대가 제공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로벤섬 방문때 구매했던 만델라 감방 엽서를 나의 서재로 가는 통로 작은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언제나 상기시키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2. 식사도 매우 부실하고 갖가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수감생활에서 만델라는 극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최고의 버전’을 매일 만들고자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치열하게 했다. 만델라와 동료들은 로벤섬을 “감옥 대학”으로 만들어서 몰래 정치, 법, 역사 등을 토론하며 다른 수감자들을 가르쳤다 한다. 그리고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달리기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자신의 신체를 관리했다고 한다. 이렇게 규칙적인 운동도 하고, “육체의 자유는 빼앗겨도 정신의 자유는 빼앗기지 않는다”는 신념을 실천하며 그 오랜 시간을 참으로 ‘풍성하게’ 만들며 지냈다.
3. 만델라가 이 “감옥 대학”에서 다룬 정치학, 법학, 경제학, 리더십, 철학, 윤리 등 내용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그는 감옥에서의 장기간의 고립과 강제노동 등 열악한 삶 한가운데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고, 후에 출간된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먼 길(Long Walk to Freedom>을 비밀리에 작업했다고 한다.

4. ‘수감생활’과 같이 이 삶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황 속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감’과 같이 극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결국 내가 누구인가는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가 아니라, ‘나는 내게 일어난 그 일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통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5. 광복절 사면을 통해 8개월 동안의 수감 생활후 오늘 광복절에 감옥 밖으로 나온 한 사람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8개월의 감옥생활에서 "육체의 자유는 빼앗겨도 정신의 자유는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무엇이 일어났는가’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그 사건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그가 8개월의 ‘감옥’생활에서 좌절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사유하고 글을 남겼다. 이렇게해서, <조국의 공부>가 감옥에서 탄생한 것이다.

6. 물론 우리 모두가 육체적으로 수감생활을 해야하는 조건에 놓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의 통제-너머에 있는 나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나를 규정해버리곤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중요한 것은 내게 일어난 그 원치않는 사건이 나를 규정하지 않도록, 그 사건 앞에서 ‘최선의 나 (best version of myself)’를 만들어가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7. 이렇듯 두 종류의 '수감 생활'이 가능하다. 첫째, 내게 일어난 원치 않은 사건 앞에서 좌절하며 지내는 것, 둘째, 그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과감히 나와서 이 소중한 삶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서재로 가면서 바라본 로벤섬의 만델라 독방 감옥의 사진은 내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물으며 두 종류의 '수감생활'에 대하여 상기시킨다.
- 강남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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