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 나병춘
어쩌면 인생은
연필 한 자루인지도 모른다
신이 준 연필로
하루하루
다듬고 깎아 쓰는
삶이라는
혹은 사랑 동행이라는
글자 연습을 하다
어느 순간 힘을 다하여
턱 쓰러지고 마는
저 짠하고 자꾸만 거부하는
풍진 세상을 껴안은 채
양가슴 가득 피 흘리며
마지막 용을 쓰다
결국 버려지고 마는
몽당연필
한때는 활활 불사르며
제 죽는 줄도 모른 채
백지 위를 씩씩하게 활보하던
저 뾰족하며 부러지기 쉬운
까만 사랑 하나
아스라한 심연 속을
오도카니 응시하고 있다
달 하나 별 하나 그리면서
오늘은 또 무슨 글자를 써보나
아쉬움과 설레임 속
난생 처음인 듯
자꾸만 망설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