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종 교수] 집권 초반이므로 가만히 있으라는 분들에게:
이제 겨우 집권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그렇게 흔들어대서야 되겠습니까? 일단 믿고 기다려주는 게 도리 아닙니까?
요즘 정치권이나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이야기를 참 자주 듣습니다. 새로 정권을 잡은 주체든, 특정 정치인의 지지층이든, 집권 초기에 터져 나오는 비판을 두고 발목잡기나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는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대안도 없으면서 비판만 하면 결국 저쪽 진영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단속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참으로 그럴듯한 현실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집권 초반 침묵론 속에는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독소가 숨어 있습니다. 주권자로서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이 과연 미덕일지, 횡설수설의 청진기를 대고 진단해 봅니다.
1. 박수만 치는 지지자가 권력을 독선으로 만든다
집권 2년 차는 모든 정책의 뼈대를 세우고 인사와 외교,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내리는 결정들이 향후 수년간 국가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초반이니까, 우리 편이니까라는 이유로 잘못 가는 길을 보고도 눈을 감고 박수만 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권력은 속성상 견제받지 않으면 독선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비판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오만과 착각뿐입니다. 결국 집권 세력은 자신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 줄 착각하고,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파국으로 직진하게 됩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작은 균열을 초반이라는 핑계로 방치하다가,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둑의 붕괴를 초래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2. 대안 없는 비판도 주권자의 당당한 권리다
그럼 대안이 있느냐고 다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소리치는 비판의 역할과, 이를 고칠 대책을 마련하는 대안의 주체는 엄연히 다릅니다. 배가 암초를 향해 돌진하고 있을 때 방향이 틀렸다!고 외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원의 의무는 다한 것입니다. 그 배의 키를 제대로 돌릴 구체적인 대안과 전문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권력을 쥐고 조타석에 앉은 집권층의 책임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야당에게 유리하니 조용히 하라는 요구는 시민의 입을 막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정략적 계산에 불과합니다. 당장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부의 곪은 상처를 감추는 정당은 결국 자정 능력을 잃고 민심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게 될 것입니다.
3. 긴장감 없는 정치판에 발전은 없다
정치는 철저한 경쟁 속에서 발전합니다. 시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며 잘못에 대해 확실한 위기의식을 심어줄 때, 비로소 정치권은 움직입니다.
집권층은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국민의 눈치를 보며 좋은 정책을 만들고자 애쓸 것이고, 야당 역시 상대의 실책에 기댄 반사이익에만 기생하지 않고 분발하여 더 나은 대안으로 승부하려 할 것입니다. 시민의 날카로운 비판이야말로 여야 모두를 일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채찍입니다. 반대로 시민이 침묵하고 방관할 때, 정치권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게 됩니다.
4. 이 나라는 정치인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 시민의 나라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것 또한 개인의 자유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권력자나 정치인들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우리 시민의 나라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정치인은 국민이 잠시 권한을 위임한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하고, 비판을 수용할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선거라는 엄중한 심판을 통해 과감하게 교체하는 폐기 처분이 답입니다.
그러니 집권 초반이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라는 달콤한 마취제에 취하지 맙시다. 잘못을 잘못이라 당당히 말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의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안위보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먼저입니다.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