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아름다운 세상

당신 없는, 그러나 당신으로 가득한 ‘노무현의 시대’를 살아가며: 봉하마을을 찾아주신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권양숙 여사님, 유족 여러분.

ree610 2026. 5. 23. 23:37

<당신 없는, 그러나 당신으로 가득한 ‘노무현의 시대’를 살아가며>

봉하마을을 찾아주신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권양숙 여사님, 유족 여러분.
인사드립니다. 대통령 이재명입니다.

어느덧 노무현 대통령께서 떠나시고 맞이하는 열일곱 번째 5월입니다. 봉하의 봄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이곳을 찾는 저의 마음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왔고, 야당 대표로 왔고, 대통령 후보로 인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임명해 주신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께서 떠나신 후 이 땅에는 수많은 ‘노무현’들이 다시 태어났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입니다.

이제 저는 추모하는 마음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무게를 느끼며 당신의 뜻을 이어가려 합니다.

반칙과 특권 없이도 성공할 수 있고, 열심히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를 얻는 사회.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라.

출신과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 돌리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는 따뜻한 공동체.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로 삶을 포기하는 일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는 대한민국.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평생에 걸쳐 만들고자 하셨던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대통령님의 못다 이룬 꿈, 국민주권정부가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기득권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는 개혁을 강고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어디 하나 소외되는 곳 없이 전국 방방곡곡의 국민이 고르게 잘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분단의 선을 평화의 길로 바꾸며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뤄내신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습니다.

당신께서 그러하셨듯, 정치적 유불리보다 옳고 그름을 언제나 먼저 묻겠습니다. 타협보다 양심을, 계산보다 진심을 선택할 것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의 유일한 척도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임을 마음에 새기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대통령님의 부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부재를 통해 오히려 당신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당신이 없는, 그러나 당신으로 가득한 ‘노무현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그렇게 불리길 바라셨던 분.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껏 자신을 낮추시던 분.

대통령 욕을 하며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웃으시던 분.

퇴임 이후 봉하마을로 내려오신 뒤에도 “대통령님, 나오세요”라는 국민들의 부름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마당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노래도 부르며 함께해 주셨던 분.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사람 노무현’을 우리 모두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권력보다 국민의 힘이 더 세다. 민주주의는 몇몇 지도자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연대로 지켜진다.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굳건한 믿음을 우리 대한국민 여러분께서 끊임없이 증명해 주고 계십니다.

대통령님.
당신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이 나라와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때로는 멈춰서고, 때로는 걸려 넘어질지라도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대통령님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늘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17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그리운 노무현 대통령을 뵙기 위해 매년 찾아오는 봉하마을이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갑자기 떠나신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도 적용되는 그 통찰력에 감탄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약 20여년전 우리 헌법은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규범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면 개헌을 제안하셨습니다.

“각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개헌을 주장하다 보면,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합의를 이루기도, 그리고 실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개헌 주장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2007년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로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셨습니다. 당시에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은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고, 정치권에서 내용에 반대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정략적 이유로 개헌은 실패하였습니다.

국회의장의 이번 개헌 추진도 개헌의 문을 여는 최소한의 개헌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님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노무현의 시대정신은 ‘책임정치를 위한 대통령 연임제’였고, 국회의장이 읽어낸 지금의 시대정신은 ‘제2의 윤석열 방지를 위한 민주주의 개헌’이었습니다.

국힘의힘이 12.3 내란을 반성한다고 했고, 5.18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의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이번 개헌도 무산되었습니다. 정말 내란에 반성하고 있는지, 518과 부마항쟁 정신에 찬성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비판과 의심만 남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고 역사는 더디지만, 우리가 소망하는 한 희망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여년 전 노무현의 개헌이 실패했고,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도 무산되었지만, 우리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518 정신을 폄훼하고 노무현대통령을 조롱하며 416 세월호 참사를 두고 패륜의 언어를 뱉어내는 현실이 아직 존재합니다. 그래서 더욱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노무현의 못다 한 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으로 이어져 온 그 꿈, 광장에서 만난 그 미래를 온전히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혐오를 먹고 자라난 극단적 정치를 걷어내고, 대한민국 헌법이 담아내고 있는 민주주의 정신을 오롯이 꽃피울 수 있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더욱 그리운 5월입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부디 편히 쉬십시오. - 국회의장 우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