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식 산림청장의 사과문 비판 : 관행의 설계 당사자가 쓴 ‘유체이탈’ 사과문
"산피아의 온상을 ‘살충’하라"
박은식 산림청장의 이번 사과문은 겉으로는 산림 사업 비리의 ‘개혁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과거 행적을 은폐하고 조직의 책임을 ‘시스템’이라는 유령 뒤로 숨기려는 전형적인 관료적 방어기제에 불과하다.
1. ‘평생의 전문성’이 증명하는 방조 혹은 무능
박 청장은 사과문 서두에서 “평생 산림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곧 자신이 현재 비판받는 ‘비정상적 관행’의 핵심 설계자이자 집행자였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기술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림정책과장, 자원과장, 산업국장, 차장까지 거친 그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자격증 대여’와 ‘페이퍼컴퍼니’ 문제를 이제야 알았다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방조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는 사과가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다.
2. 산림 행정 부조리의 이론적 토대를 닦은 ‘산피아의 브레인’
박 청장은 2000년 논문 등을 통해 산림을 살아 숨쉬는 자연 생태계가 아닌 ‘탄소 저장량’과 ‘목재 생산량’이라는 수치로만 치환하여 최적화하는 모델을 제시해 왔다.
이는 현재 산림청이 비판받는 ‘경제림 중심의 대규모 벌채’와 ‘토건식 산림 행정’의 학술적 근거가 되었다.
본인이 정립한 논리로 숲을 ‘수익 공장’처럼 관리하며, 모두베기, 노령림 이론으로 숲을 절단내는, 사업 입찰과 수행에 있어서 구조적 부조리를 키워놓고, 이제 와서 제삼자처럼 비판하는 것은 "병을 준 야바위 약장사가 저잣거리에서 가짜 처방전"을 파는 행태와 다름없다.
3. 언어의 기교로 은폐한 ‘진짜 책임자’의 얼굴
사과문은 “형식적 점검”, “실효성 부족” 등 주어 없는 수동태와 추상 명사 뒤로 숨었다. 관리 감독의 주체이자 당사자였던 자신들의 실패의 책임을 실제 결재 라인에 있던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에게 전가하는 고도의 행정적 수사다.
“누가 묵인했는가”에 대한 인적 쇄신안은 쏙 뺀 채, “제도가 미흡했다”며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은 명백한 여론 환기용 물타기다. 이는 전형적인 조직 보위용 방어기제의 수사에 불과하다.
4. 물리적 불가능을 전제로 한 ‘쇼(Show) 행정’의 극치
일주일간의 '긴급 점검''과 한 달 만의 '전수조사'' 완료는 행정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다. 이는 부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켜 보도 직후의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위기 관리 매뉴얼일 뿐이다.
정작 핵심인 ‘산피아(산림청 퇴직자-업체- 산림청 유착)’ 카르텔과 그들의 비리를 방조해 온 내부 권력에 대한 성찰은 단 한 줄도 없다.
5.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의 공허한 메아리
박 청장이 인용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역설적으로 현재 산림 행정이 총체적 파국임을 시인하는 고백이다.
그가 차장 시절부터 밀어붙인 ‘임도 확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벌채 합리화’, ‘살충제 살포’ 등은 기존의 관행을 더 세련되게 보위하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입찰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나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 없이 ‘단속 강화’만 외치는 것은, 결국 만만한 페이퍼 컴퍼니 하부 법인을 제물 삼아 조직의 몸통을 보전하려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 결론: 산림충(山林蟲)을 살충하고 청정한 산림청으로 거듭나라
이 사과문은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내부자의 비겁한 변명과 눈가리기식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박 청장은 “정상화”를 말하기 전에, 본인이 요직을 거치며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둔갑시켰던 세월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진짜 신뢰 회복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라인의 감독 실패를 인정하고 인적 쇄신에 나서는 것, 근본적인 산림 정책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산림청이 산피아의 온상인 ‘산림충(蟲)’ 들의 놀이터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이참에 스스로들을 철저히 ‘살충’하고 청정한 조직 산림청(山林淸)으로 거듭날 것인지는 이후 행보가 보여주기식 여론 방어용 쇼로 끝나느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쇄신하려는지에 따라 그 진위가 판별될 것이다.
* 최병성 차규근 이규송 홍석환 최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