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 졸업식 단상 어제(4월 27일) 오전 11시 30분에서 2시까지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ree610 2026. 4. 28. 18:32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 졸업식 단상

어제(2026년 4월 27일, 월) 오전 11시 30분에서 2시까지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130, 301호)에서 Post M. Div. 학교 5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2025년 11월부터 시작된 6주간의 전반부 과정, 올해 1월 제주에서 가진 2박 3일 리트릿, 그리고 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진 후반부 과정과 4월의 과제 발표를 마치고, 22명의 후배 목회자들이 졸업했습니다.

졸업장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나무에 각인된 멋진 졸업패였습니다.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종이는 쉽게 구겨지지만, 나무는 시간을 품습니다. 이들의 배움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에 새겨진 흔적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멘토 목사님들이 준비한 먹거리도 풍성했습니다. 그러나 더 풍성했던 것은 음식보다 그 마음이었습니다.

AI시대, 그러나 목회의 심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 과정은 “AI 시대의 목회와 신학”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습니다. 교회학교에서의 AI 활용, 오디오북, 디지털 목회, AI 스케일의 사고, AI의 빛과 그림자, 윤리와 신학적 도전까지 두루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가 배운 것은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시대를 읽는 법, 질문하는 법, 그리고 목회자의 영혼이 시대의 속도에 삼켜지지 않는 법을 함께 배웠습니다.

AI는 빠릅니다. 그러나 목회는 깊어야 합니다.
기술은 확장됩니다. 그러나 목회는 얼굴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도구는 변하지만, 복음의 심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도 목회자가 붙들어야 할 자리는 결국 “그리스도가 오늘 우리에게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입니다.

제주 리트릿, 책상 너머에서 배운 목회

지난 1월 제주 리트릿도 잊기 어렵습니다. 멘토와 멘티가 함께 사역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걷고, 먹고, 웃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녁에는 나와 아내, 오대식 목사님 부부와 함께 한 'Let's Talk' 시간을 가졌습니다. 목회와 가정, 설교와 삶의 이야기를 깊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목회 멘토들과 멘티들이 만나 삶을 나누는 일은 어떤 강의보다 더 깊은 즐거움이이 있었습니다.
목회는 책상 위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눈빛, 한숨, 웃음, 실패를 견딘 고백 속에서 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부버)의 말이 제주의 바람 속에서 살아 움직였습니다.

세 기둥: 섬김, 용기, 연대

어제 졸업식에서 교장선생님인 오대식 목사님은 후배들에게 섬김(διακονία)과 용기(παρρησία)와 연대(κοινωνία)를 권면했습니다. 그 말씀은 목회자의 길을 붙드는 세 기둥처럼 들렸습니다.

섬김이 없는 목회는 직업이 될 수는 있어도 소명은 되기 어렵습니다. 용기가 없는 목회는 안전할 수는 있어도 예언자적일 수는 없습니다. 사랑의 연대가 없는 목회는 바쁠 수는 있어도 생명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졸업식을 하면서 내 마음에 특별히 남은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후배들에게서 새로운 소망을 보았습니다.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처럼, 후배가 선배보다 더 푸르고 깊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후생가외"라는 말도 떠올랐습니다. 뒤따라오는 세대는 두려울 만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배의 역할은 후배를 자기 그림자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하늘을 보도록 어깨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둘째, 멘토 목사님들의 헌신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목회자에게 월요일은 겨우 숨을 고르는 쉼의 날입니다. 그런데 멘토 목사님들은 그 시간을 후배들에게 내어주었습니다. 높은뜻덕소교회(오대식 목사님), 서울드림교회(신도배 목사님), +HE조은식구들(박재필 교수님), 숲속샘터교회(이지원 목사님), 예수길벗교회(이호훈 목사님), 같이산책(황인성 목사님), 길목교회(이길주 목사님) 등 여러 현장을 열어 주고, 자기 목회의 기쁨과 아픔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삶을 내어준 일이었습니다. 목회 기술이 아니라 목회자의 속살을 보여준 일이었습니다.

셋째, 목회자들에게도 쉼터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목회자는 자주 남을 위로하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내려놓을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남의 이야기는 오래 들어주지만, 자기 이야기를 안전하게 꺼낼 공간은 부족합니다. 강단 위에서는 담대하지만, 강단 아래에서는 지쳐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날 더 분명히 느꼈습니다. 목회자에게는 배움의 학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쉼의 자리, 나눔의 자리, 울 수 있는 자리, 다시 웃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 그런 허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대식목사님이 그런 쉼터를 준비한다고 해서 다 함께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시대를 읽는 연구의 장이면서, 목회자의 영혼을 품는 쉼터, 지식을 나누는 플랫폼이면서, 삶을 나누는 식탁이 되면 좋겠습니다.

Post M.Div. 학교 5기의 졸업은 끝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람에게 졸업은 종착역이 아닙니다. 정말로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입니다. 다시 부르심을 듣는 자리입니다. 한 문장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성령께서 그 뒤에 또 다른 문장을 이어 쓰십니다. 오늘 졸업한 22명의 후배 목회자들도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복음의 다음 문장을 살아낼 것입니다.

부디 그들의 길 위에 섬김의 겸손이 있기를.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있기를.
사람을 끝까지 품는 사랑이 있기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은 조용히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들이 우리보다 더 멀리 가게 하소서.
우리보다 더 깊이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보다 더 아름답게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게 하소서."

이날, 나는 후배들에게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 미래는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주 따뜻했습니다.

2026년 4월 28일(화) 오후 3시, 김지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