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죄제란 무엇인가? - 부지중에 지은 죄를 회복하는 은혜의 예배 -
* 말씀: 레위기 4:1~5:13
레위기 1장의 번제가 존재 전체를 드리는 예배라면, 레위기 2장의 소제는 일상의 열매를 드리는 예배이고, 레위기 3장의 화목제는 하나님과 함께 누리는 평화의 예배다. 이어지는 레위기 4장의 속죄제는 죄를 짓는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사람이 “부지중에”에 범한 죄를 다룬다. 죄는 인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속죄제는 그 불가능한 자리에 하나님이 친히 길을 내신 은혜의 예배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누구든지 여호와의 계명 중 하나라도 그릇(부지중에) 범하였으되
1. 속죄제는 누가 왜 드리는가?
레위기 4장은 "부지중에”(새한글: “실수로”) 범한 죄를 반복해서 언급한다(2, 13, 22, 27 절) 범한 죄를 다룬다. 여기서 핵심은 “일부러가 아니었으니 괜찮다”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나님 앞에서는 고의만이 아니라 무지도, 부주의도, 영적 둔감함도 죄의 영역에 들어간다.
속죄제는 제사장(3-12절), 회중(13-21절), 족장(22-26절), 평민(27-35절)으로 나뉘어 규정된다. 계층이 높을수록 절차는 더 엄중하다. 특히 제사장의 죄는 “백성의 허물”(레 4:3)이 되기 때문이다. 죄는 개인의 사건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오염시키는 실체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자기 성찰과 회개가 더 깊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2. 속죄제는 어떻게 드리는가?
절차의 핵심은 세 단계다. 먼저 제사 드리는 자가 제물 위에 손을 얹는다. 이것은 제사자와 제물을 동일시하는 행위이다.
다음으로 피를 제단 뿔에 바르고 제단 밑에 뿌린다. 이는 생명의 대가가 치러졌음을 뜻한다. 그 결과는 용서다(레 4:20, 26, 31, 35; 5:10, 13). 여기서 동사의 주어는 언제나 하나님이시다.
용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다.
레위기 5장은 가난한 자도 비둘기나 고운 가루로 드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다(5:7-13). 이것은 은혜의 복음이다. 은혜는 차별없이 주시는 선물이다.
3. 속죄제는 정죄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예배다
레위기 5장 1-6절에서 속죄제의 범위는 더 구체적이 된다. 증언해야 할 때 침묵한 죄, 부정한 것에 닿은 죄, 경솔한 맹세의 죄가 등장한다. 죄는 손으로만 짓는 것이 아니다. 말로도 짓고, 침묵으로도 짓는다. 해야 할 선을 하지 않는 것도 죄다. 그러므로 속죄제는 인간 삶의 은밀한 어둠과 무감각을 비추는 빛이다.
그러므로 속죄제는 죄를 과장하는 제사가 아니라, 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는 제사이다. 하나님은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지만, 회개하는 자를 외면하지 않으신다. 거룩은 엄중하지만, 은혜는 결코 닫혀 있지 않다. 이것이 속죄제의 중심이다.
그러나 레위기의 제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기 한계를 드러내면서 더 온전한 제사를 기다리게 했다(히 10:1-4).
모든 속죄제는 마침내 십자가를 가리키는 그림자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단번에 자신을 드리심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다. 레위기의 모든 피는 그분의 보혈 안에서 완성된다(히 10:5-18).
“이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히 10:10).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속죄제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가르친다.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용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제단 위에 흘린 피의 무게만큼 죄의 현실은 깊다. 하지만 더 깊은 것은 우리를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레위기의 속죄제를 묵상할수록 우리는 골고다의 십자가를 더 두렵고 떨림으로 바라보게 된다. 속죄제는 우리에게 묻는다.
“죄 앞에서 너는 정직한가? 그리고 은혜 앞으로 돌아올 용기가 있는가?”
** 기도문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는 부지중에도 넘어졌고,
알면서도 무너지는 연약한 자였음을 고백합니다.
스스로를 변명하기보다 주님 앞에 바로 서게 하시고,
경솔한 말과 침묵 속에 숨어 있던 죄악까지 깨닫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오늘도 깨끗한 마음과 바른 영으로 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