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치되, 멈출 줄 아는 공동체”
* 말씀: 출애굽기 36장 5절
출애굽기 36장 5절은 성막 건축 과정에서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모세에게 말하여 이르되 백성이 너무 많이 가져오므로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일에 쓰기에 남음이 있나이다”(출 36:5)
광야는 부족의 자리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미래도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는 결핍의 언어가 아니라 넘침의 언어가 들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넘침이 탐욕으로 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요한 만큼이 채워지자 공동체는 멈춘다. 여기서 우리는 건강한 공동체의 한 특징을 본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는 넘칠 줄도 알고, 멈출 줄도 아는 공동체다.
1. 은혜는 움켜쥔 손을 편다
백성은 억지로 끌려오지 않았다. 강제로 거두어들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원하여 가져왔다. 그리고 그 드림은 필요한 양을 넘었다. 이것은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마음의 상태를 보여 준다. 은혜를 경험한 사람은 움켜쥐기보다 내어놓기 시작한다. 하나님께 구원받은 백성은 자기 자원을 다르게 쓰게 된다.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금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출 32장). 금송아지를 만들 때였다. 열심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이 잘못된 것이 문제였다. 불안과 욕망이 이끄는 열심은 우상을 만들고, 하나님께 돌이킨 열심은 성막을 세운다. 같은 손, 같은 재물도 중심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은혜는 손을 열고, 마음을 열고, 삶의 방향을 바꾼다.
2. 거룩은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는다
장인들은 모세에게 보고한다. “이미 남습니다.” 더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모으는 것이 더 좋아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것이 절제다.
절제는 단순한 금욕이 아니다. 절제는 하나님이 정하신 충분함 앞에서 만족할 줄 아는 영적 자유다. 필요를 넘어 더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 이미 충분한데도 더 쌓아 두려는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다. 거룩은 많이 드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모을 수 있어도 그만둘 줄 아는 데에도 있다.
3. 건강한 공동체는 넘침과 절제가 함께 간다
이스라엘 백성은 기꺼이 드렸다. 지도자인 모세도 탐욕스럽지 않았다. 그는 정직하게 멈추게 했다(출 36:6). 이 둘이 함께 있을 때 공동체는 건강해진다. 구성원은 자원하고, 지도자는 절제한다. 풍성함과 경계가 함께 갈 때 거룩은 더욱 선명해진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라. 하나님은 아들을 아끼지 않으실 만큼 풍성하게 주셨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과시나 탐욕이 아니었다. 십자가는 넘치는 사랑과 거룩한 절제가 만나는 자리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공동체는 많이 가진 공동체가 아니다. 잘 드릴 줄 알고, 잘 멈출 줄 아는 공동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공동체가 병드는 이유는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한데도 멈추지 못하는 욕망 때문이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화려하게”를 추구하다가 본래 목적을 잃는다. 그러나 믿음은 “조금만 더”가 아니라 “이만하면 족하다”를 배운다.
출애굽기 36장 5절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넘치게 드릴 줄 아는가. 그리고 충분할 때 멈출 줄 아는가?”
이 둘을 함께 배우는 공동체가 참으로 건강한 신앙공동체다.
** 기도문
은혜의 하나님,
닫힌 손과 움켜쥔 마음을 열어 주소서.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기쁨으로 드리게 하소서.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게 하시고,
충분함 앞에서 감사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넘치는 사랑과 거룩한 비움을 따라,
우리 공동체가 건강하고 맑은 거룩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