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죄 판결, 전문을 다시 읽으면서:
어제는 판결 방송을 듣고 촌평했지만, 오늘은 그 낭독된 판결을 짚어가면서 다시 정리해봅니다.
1. 낭독판결에 들어 있는 속마음 읽기:
어제 판결을 속된 말로 풀이하자면 대체로 이럴 것이다.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인정해, 당신이 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로 법원에서 뭐라 하진 않을 거야, 계엄 요건이나 절차 위반 같은 건 내가 굳이 따지지도 않겠어. 그런데 왜 군대를 국회에 보내서 문제를 일으켰냐? 그러니 봐줄려고 해도 봐줄 수가 없어 나도 안타까워. 그리고 동원된 군.경.관료들 걔들이 무슨 죄가 있어, 네가 데데하게 해서 걔들도 수사받고 처벌받고 연금도 날아가게 생겼잖아. 걔들이 무슨 죄가 있어, 너의 데데함 때문에 생긴 피해자야 피해자. 그러니 미안하지만 처벌은 불가피해. 처벌이 약하면 또 여론이 시끌시끌할 테니 네게 좋은 것도 없어. 일단 무기징역으로 쳐줄테니 상소해서 잘 해봐'
2. 비상계엄은 국가와 국민에 가한 가장 중대한 범죄다.
<지귀연 / 재판장>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강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입니다.
-- 계엄이 초래하는 민주주의, 국민인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위상, 신인도, 정치대립 등 "사회적 비용"에 주안점이 있다. 관점이 잘 못 되었다. 불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이 얼마나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국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렸는가, 그런 점에 대하여는 헌재의 결정이 아주 잘 정리해놓았고, 윤석열(2026.1.16). 한덕수(2026.1.21) 판결에서 조목조목 잘 짚어놓았다.
3. 대통령은 종신-세습의 절대권을 갖고 있는 국왕이 아니다.
<지귀연 / 재판장> "찰스 1세는 반역죄 등으로 사형 선고받고 죽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대통령은 5년 임기제의 국민 봉사자이다. 위임된 권한(책무)을 제대로 행사 못하고 나쁜 짓을 하면 쫒겨나고 (파면), 처벌(내란)받음이 그냥 당연하다. 우리 현대사에서도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사례도 풍부하다. 대통령이 친위쿠데타를 한게 내란죄가 되는가는 쟁점이 될 것도 없다. 그냥 우리 헌법 조문에 있다.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조문만 봐도, 대통령이 내란죄.외환죄를 범하면 재직 중에도 바로 수사.공소.재판할 수 있다. 조문에서 명기된 것은 법관이 그냥 적용하면 된다.
4. 잘못된 비유.
<지귀연 / 재판장>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불법이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본 사건에서 이 비유는 전혀 맞지 않다. 내란이라는 불법권력의 찬탈(+확장)에 성경읽기라는 선한 목적을 왜 갖고 오는가. 양초 하나 절도도 절도라며 처벌한 어느 판사도 있지만, 이런 사안에 형사처벌을 들이대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불법한 목적(절대권력의 추구)을 위한 불법한 수단(병력동원, 국회 마비)이 문제된다. 갖다댈 수 없는 비유를 억지로 갖다된 것이다. 이 비유를 통해 알 수 있수 있는 재판부의 마음은, 계엄 자체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5. 절절하게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지귀연 / 재판장>
"이 사건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이 사건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서...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합니다. 상관의 지시의 적법성,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고, 무난하게 군생활이나 경찰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 정말 어마어마하게 절절하다. 판사의 심정이 여기에 오면, 변사의 호소처럼 울린다. 판사의 공감력이 가장 잘 발휘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판사의 여린 마음이 향한 곳은 국민 다수가 아니라, "무난하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다. 공직자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헌법)여야 하는데, 평소 친분-지면관계에 있던 고위직 인사가 당하고 있는 고초에 더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다.
6. 양형 사유:
<지귀연 / 재판장>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입니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입니다."
- 어이가 없다.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국민들의 신속한 저항으로 막혔을 뿐이다. 군대 동원, 헬기 운송, 국회 침입, 의원 끌어내기 시도 다 했다. 특수훈련된 군정예병력은 그 자체가 인간병기다. 내란죄는 범죄전력이 있을 수 없는 범죄다. 형사법분야를 평생 다룬 공무원의 위법성 인식은 더욱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 65세는 "비교적 고령" 아니다.
7. 무기징역 선고:
- 거의 한시간 가까이 낭독한 흐름대로라면, 윤은 유기징역 40년쯤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판결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어쩌면 재판부의 내심과 맞지 않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그런 양형인 것 같아, 무기징역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속이 편치 않다.
- 무기징역은 내란죄의 법정최저형이라는 말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형과 무기징역은 모두 극형(최고형)의 다른 종류일 뿐이다. 집행되지 않을 것이 명백한 사형을 선고했다면 오히려 재판쇼라 비판받았을 것이다. 사형의 집중효과, 동정효과를 고려한다면 사형을 않는 게 맞다. 사형이었다면 윤석열의 영치금도 훨씬 더 모일 것이다.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서 사형 아닌 무기징역은 인권국가로서의 자긍심도 높여준다.
8. 상급심의 역할
- 지금까지 윤석열(1차, 체포저항), 한덕수, 이상민, 윤석열(2차, 내란) 판결이 나왔다. 윤(1차), 한덕수, 이상민 판결과 이번 윤(2차) 판결문 사이에 질적 괴리가 있다. 1차 답안을 받은 상급심에서, 국민에게 높은 설득력과 감동을 줄만한 2차답안지를 국민에게 잘 제출하기 바란다.
- 항소심은 내란전담재판부로 운용된다. 절차상의 쟁점이 모두 일치해서 해소시킨 단계라, 항소심에서는 훨씬 정제되고 정비된 공판진행과 판결을 기대한다.
- 사법의 주인은 판사가 아니라, 주권자 국민임을 명심할 것이다. 12.3 내란은 사법독립에도 중대한 침해를 야기하게 되어 있었다. 사법독립은 법관이 지킨 게 아니라, 국민이 지켜냈다. 그 국민이 지켜낸 사법부가 제대로 된 판결로서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2025.4.4. 판결문은 전문성과 민주성을 갖춘 사법적 결정의 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법원의 수준을 국민은 예리하게 살펴보고 평가할 것이다. 평화 ✌️
- 한인섭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