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나는 에서입니다" - 인정받기 위해 나를 지운 날 - * 말씀: 창세기 27장 19절 야곱의 문제는 단지 거짓말이 아니었다...

ree610 2026. 1. 26. 09:49

"나는 에서입니다" - 인정받기 위해 나를 지운 날 -
* 말씀: 창세기 27장 19절

야곱의 문제는 단지 거짓말이 아니었다. 더 깊은 뿌리는 아버지 인정의 부재였다. 성경은 담담히 기록한다. "이삭은...에서를 사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하였더라"(창 25:28). 부모의 사랑이 갈라지면 누군가는 사랑을 누리고, 누군가는 사랑의 결핍으로 속앓이를 한다. 야곱은 후자였다. 인정받지 못한 마음은 종종 속삭인다. "나로는 부족해. 다른 사람이 되어야 사랑받을 거야." 그 속삭임이 마침내 한 문장으로 터져 나온다. "나는 에서입니다."(창 27:19)

“야곱에 아버지에게 대답하되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내가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버지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창 27:19)

1. 가면: 사랑받지 못한 자의 생존법

아버지 이삭은 묻는다. "너는 누구냐?" 아들 야곱은 답한다. "나는 에서입니다." 이 문장은 정체성 도용이면서 동시에 인정 결핍이 빚어낸 생존 언어다. 야곱은 축복을 구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더 깊은 갈망이 있었다. "아버지, 나를 좀 봐 주세요. 나도 당신의 아들입니다."
가면은 악함 때문에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면은 종종 두려움에서 자란다. 사랑이 조건이 되면 사람은 존재를 숨기고 성과를 앞세운다. 그래서 야곱은 ‘야곱’으로 서지 못하고 ‘에서’로 살려한다. 자기를 상실한 비루한 실존의 모습이다. "나로는 안 된다"는 자기 판단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저주다.

2. 축복: 얻었으나 평안을 잃다

드디어 야곱은 아버지로부터 축복을 얻는다. 그러나 성경은 곧바로 보여 준다. 가면으로 얻은 축복은 평안을 낳지 못한다. 축복을 받았지만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들킬까 두렵고, 빼앗길까 두렵다. 결국 야곱은 도망자의 길로 들어선다. 먼 타향에서 일하고 재산을 쌓았다.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종종 성취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더 얻으면 괜찮아질 것 같고, 더 인정받으면 상처가 덮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성취는 박수를 받을 수는 있어도 존재의 평안을 주지는 못한다.

3. 새로운 이름: 하나님의 질문 앞에서

그렇다면 야곱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야곱을 가면 속에 방치하지 않으신다. 얍복강에서 야곱은 홀로 남아 씨름한다(창 32:24). 그 밤에 하나님은 질문하신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 32:27) 하나님이 몰라서 묻는 질문이 아니다. 야곱이 잊어버린 이름을 다시 찾게 하시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정죄가 아니라 치유의 축복이다. 야곱은 마침내 답한다. "나는 야곱입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나는 에서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한다.

* 하나님은 새 이름을 주신다: ‘이스라엘’(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이는 단지 호칭 변경이 아니라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인간 아버지에게서 채워지지 못한 인정이, 하나님 아버지에게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주어진다. 하나님은 야곱을 에서처럼 만들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야곱을 야곱답게 고치시고 새 길로 부르신다. 참된 축복은 "남이 되어라"가 아니라 "너 자신이 되어, 네 이름으로 살아라"이다.

이 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 야곱은 에서의 옷을 입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입으셨다(고후 5:21). 야곱은 거짓으로 축복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으심으로 우리에게 참된 축복을 주셨다(갈 3:13). 야곱은 '나는 에서입니다'라고 거짓 고백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 14:6)라고 진실을 선포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더 이상 가면 쓴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라는 진정한 이름을 회복한 자들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우리를 얽어매고 우리 속 깊이 뿌리내린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물으신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다시 대답해 보자. "주님, 나는 '에서'가 아니라 '나'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려 보자.
"그래, 너는 이제 내 앞에서, 너 자신이 되어 네 이름으로 살라!“

** 기도문

아버지 하나님,
"나는 에서입니다"라고 가면을 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때론 두려워 과장하고 포장하며 이름을 숨겼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시는 주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주님, '남(에서)'이 아니라 '나(야곱)'입니다“ 고백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하나님의 자녀가 된 은혜를 믿고,
이제는 자녀답게 자랑스럽고 담대하게 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