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의 고립을 넘어 '함께'의 기쁨으로
* 말씀: 창세기 2장 18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소위 '핵개인'의 시대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자유의 이면에는, 아무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깊은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유는 넓어졌는데, 마음의 방은 더 좁아졌다. 연결은 많아졌는데, 관계의 온도는 식어간다.
1. 혼자, 그 쓸쓸한 미완성
하나님께서 빛을 만드시고, 바다와 땅을 나누시고, 식물과 동물을 지으실 때마다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감탄하셨다. 창조의 순간순간은 감동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유일하게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창 2:18)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죄가 세상에 들어오기 전이라는 점이다. 결핍이 없는 낙원, 부족함이 없는 세계였다. 이는 인간이 본래 혼자서는 온전할 수 없는 존재,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관계적 존재로 지음 받았음을 뜻한다. 오늘 우리가 느끼는 고독감은, 어쩌면 내 성격의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잃어버린 창조의 원형을 그리워하는 영혼의 본능일지 모른다. 혼자의 습관은 편해도, 고립이라는 건조한 공기는 결국 내 영혼을 메마르게 한다.
2. 관계가 열릴 때, 창조의 숨이 다시 돈다
하나님은 이 고독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새로운 관계를 여셨다.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뒤, 여자를 이끌어 오셨다. 아버지가 딸의 손을 붙잡고 사위될 신랑에게 다가오는 결혼식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 때에 남자가 여자를 보고 외친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 2:23)
이 환호는 단지 로맨틱한 감탄이 아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존재의 고백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사람의 가슴 속에서 따뜻한 공동체로 숨 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하나님이 세우신 첫 공동체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동거, 곧 가정 공동체이다(창 2:24). 인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끝으로 창조의 전체를 바라보며 하나님은 이렇게 선언하신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는 고립된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와 사랑이 흐르는 세계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창조는 서로가 서로의 삶을 살리는 세계이다. '우리'라는 말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다.
3. 서로를 살리는 '돕는 배필'로
하나님은 사람에게 "돕는 배필"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창 2:18). 여기서 "돕는다"는 말은 단순히 옆에서 보조한다는 뜻이 아니다. 성경에서 이 단어는, 종종 하나님께서 위기에 처한 인간을 건져내실 때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배필은 종속적 보조자가 아니라, 서로 마주 서서 응답하는 상응하는 동반자의 의미를 지닌다. 누가 더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살려내는 구조이다.
배우자, 연인, 가족은 거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주고 회복시켜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서로를 살리는 사람이 바로 배필이다. 서로의 부족함과 빈틈을 사랑으로 덮어 주는 것, 바로 여기에 '돕는 배필'의 길이 있다.
그렇다고 배우자가 나를 구원하는 신은 아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구원하신다. 그러므로 가장 건강한 사랑은, 서로에게 ‘구원자 역할’을 요구하는 사랑이 아니다. 서로가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함께 바라보는 사랑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성경이 말하는 '함께'는 복음의 열매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고립에서 꺼내시기 위해 오셨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담을 허무는 사건이었다. 그 뿐 아니라 우리와 우리 사이의 담을 허무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제 '나'라는 좁은 방에서 나와, '우리'라는 넓은 정원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예수님이 마련하신 축복이다. 그 정원의 중심에는 우리를 함께 살게 하시는 예수님이 계신다.
**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혼자'가 익숙한 이 시대 속에서,
주님께서 허락하신 '함께'의 기쁨을 회복하게 하소서.
우리 청년들에게는 고립을 끊어 내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건강하고 거룩한 만남의 길로 인도하소서.
내 곁의 사람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임을 날마다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가정마다 서로를 귀히 여기고 보듬는 사랑의 불꽃이 되살아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