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말씀: 요한복음 16장 32절 우리는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다. 알림이 울리고, 메시지가 오고, 화면은

ree610 2025. 12. 26. 09:45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말씀: 요한복음 16장 32절

우리는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다. 알림이 울리고, 메시지가 오고, 화면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마음은 더 자주 혼자가 된다. “대화는 많은데, 동행은 없다.”라는 역설이 현대의 일상이 되었다. 더 빠르게 연결될수록 더 쉽게 흩어진다. 위기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람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 흩어짐의 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계신 한 분의 담백한 담대함을 보여준다.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니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요 16:32)

1. “나를 혼자 두리라”

한 문장 안에 제자도의 붕괴와 메시아의 고독을 함께 담아낸다. 여기서 흩어짐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관계의 해체다. 제자들은 ‘공동의 길’에서 내려와 ‘각각 제 곳으로’ 돌아간다. 위기 앞에서 인간은 쉽게 ‘함께’에서 ‘각자’로 수축한다. 그 순간 예수님 곁에 남는 것은 환호도 맹세도 아니다. 남는 것은 “홀로 있음”이라는, 차가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제자들을 조롱하기 위한 예언이 아니다. 예수님은 배반을 몰라서 당하는 분이 아니라, 배반을 알고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분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탄식에 가깝다. 사랑했기에 더 아프고, 끝까지 품었기에 더 쓰리다. 신앙의 진짜 민낯은 성공의 무대가 아니라, 흩어지는 밤에 드러난다.

2.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예수님은 곧바로 덧붙이신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 여기에는 기묘한 긴장이 있다. 제자들의 떠남은 사실이고, 예수님의 고독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혼자’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으신다. 사람에게는 버림받되,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지 않는 자리. 이 고백이 요한복음이 말하는 기독론의 핵심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 놓으시는 데, 그 순간에도 동행하신다.

이 확신은 감정적 자기암시가 아니다. 요한복음은 아버지와 아들의 친교, 사랑의 교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인간의 동행은 끊길 수 있으나, 하나님의 동행은 단절되지 않는다. 제자들의 믿음은 흔들리지만, 예수님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예수님은 탄식하시되 절망하지 않으신다. 외로움은 있으되, 공허는 없다. 밤은 빛을 창조하지 않는다. 밤은 빛이 무엇인지 드러낼 뿐이다. 제자들이 사라지는 순간, 예수님을 지탱해 온 가장 깊은 기반인 ‘아버지가 나와 함께’가 더 뚜렷해진다.

3. 담대함은 신뢰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이토록 담백한 담대함을 드러내실 수 있는가? 궁극적 이유는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사랑의 근거에 있다. 예수님의 담대함은 자기 확신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담대함은 남을 향해 쉽게 공격적인 모습을 띈다. 하지만 아버지께 맡긴 담대함은 조용하나 단호하다. 복음의 용기는 하나님 사랑 안에 거한다는 확신에서 흘러나온다. 그래서 예수님의 담대함은 요란하지 않다. 담백하고 단단하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이 담대함은 십자가의 방향을 알고도 피하지 않는 담대함이다. “홀로 남게 될 것”을 아시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담대함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홀로 있음은 인간적인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홀로 있음은 우리를 위한 자리다. 제자들이 떠난 그 자리를 예수님이 끝까지 감당하심으로, 떠난 제자들이 다시 돌아올 길을 열어 주신다. 인간의 배반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동행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결국 담대함의 근원은 이 한 문장에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예수님이 홀로 서 주셨기에, 우리는 영원히 홀로 남지 않는다. 사람은 떠나도 예수님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신다. 신앙이 참된 신뢰와 사랑으로 연결되는 이유이다.

** 기도문

하나님 아버지,
주님을 곁에 두고도
주님을 홀로 남겨 두었던 우리의 비겁함을 용서하소서.

홀로 서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사람에게 버림받으셨으나 아버지 하나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십자가에 홀로 서신 예수님 때문에
우리의 고독이 절망이 되지 않고, 영원한 소망이 됨을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