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룟 유다의 참담한 밤”
* 말씀: 요한복음 13장 30절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요 13:30)
요한은 그 마지막 비극적 밤을 한 문장으로 끝낸다. 그 한 문장으로 한 사람의 영혼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한다. 식탁에서 거리로, 동행에서 고립으로, 빛의 자리에서 어둠의 질서로. 그리고 요한은 마지막에 단호하게 덧붙인다: ‘밤이러라.’
이것은 시간표가 아니라 영혼의 풍경이다. 요한복음에서 ‘밤’은 빛이 곁에 있는데도 그 빛을 거절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상징 언어다(요 9:4, 11:10). 니고데모는 밤에 예수님께 질문을 들고 왔지만, 유다는 스승을 팔아넘기는 자기 결론을 갖고 밤으로 나간다.
1. 밤이 시작되는 방식
가룟 유다의 밤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는 예수님 곁에 앉아 있으나, 속으로는 이미 기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사랑의 언어가 사라지고, 효율과 성과의 언어가 남는다. 예수님의 길은 느리다. 발을 씻기고, 낮아지고, 잃어버린 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느림이 어느 순간 유다에게는 ‘실패’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때부터 신앙은 관계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된다. 믿음은 경배가 아니라 전략이 된다. 유다의 밤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것이 밤의 첫 증상이다.
그리고 밤의 두 번째 증상은 '즉시성'이다. "곧 나가니." 죄는 늘 꾸물거리지 않는다. 한 번 정당화의 문이 열리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빨라진다. "이 정도는 괜찮다." "내가 맞다." 그렇게 자기 안에서만 결론을 내리면, 사람은 대화를 닫는다. 빛을 피한다. 공동체의 식탁에서 멀어진다. 밤은 고립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방에서 '내가 옳다'는 확신은 더 단단해지고, 그 확신은 마침내 예수님 조차도 바깥으로 밀어낸다.
2. 예수님의 마지막 초대
그런데 이 참담한 밤과 나란히 놓인 것이 예수님의 마음이다. 요한은 가룟 유다를 향한 예수님의 내면을 감추지 않는다. "예수께서 심령이 괴로워 증언하여 이르시되…"(요 13:21) 여기서 "괴로워하다"는 마음이 깊이 흔들리는 상태를 뜻한다. 예수님은 배반을 관계의 상처로 겪으시는 분이다. 더 놀라운 것은, 예수님이 상처받지 않으려 거리를 두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오히려 끝까지 가까이 계신다. 그 가까움이 예수님의 사랑의 방식이다. 상처를 피하지 않는 사랑, 배반을 알면서도 문을 닫지 않는 사랑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낯선 장면을 마주한다. 예수님은 유다에게 ‘조각’을 건네신다. 이것은 작은 빵 한 입이다. 식탁은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다. 함께 빵을 나눈다는 것은 "나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는 표식이다.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묻는 것 같다. "정말 떠나겠느냐?” 예수님의 사랑은 유다를 조롱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마지막까지 초대의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밤에 익숙해진 마음은 그 초대를 '구원'으로 읽지 못한다. 초대가 심판으로 읽히는 순간, 밤은 더 깊어진다.
3. 빛에 머물 것인가, 밤으로 도망갈 것인가
가룟 유다가 맞이한 밤은 한 사람의 비극만이 아니다. 우리는 유다를 비난하며 안전지대에 설 수 없다. 유다의 밤은 교회 밖에만 있지 않다. 신앙이 계산이 되는 순간, 관계가 프로젝트가 되는 때, 공동체의 식탁을 떠나 혼자 결론 내리는 날, 밤은 우리 안에서도 시작된다.
그러나 더 큰 진리는 여기 있다. 예수님의 마음은 밤을 피해 가지 않는다. 요한복음의 빛은 어둠을 미워하며 도망치는 빛이 아니라,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밝히고 드러내고 이기는 빛이다(요 1:5). 유다가 밤으로 나간 그 순간부터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을 더 분명히 걸으신다. 예수님은 우리의 밤을 등지고 낮으로만 가는 분이 아니다. 우리의 밤을 짊어지고 낮을 여는 분이시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식탁 안인가, 바깥 길인가. 빛 곁인가, 밤의 익명성 속인가. 예수님은 여전히 생명의 떡조각을 건네신다. 그것은 정죄의 손이 아니라, 돌아오라는 손이다. 그 손길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결국 신앙은 "무엇을 아는가"만이 아니라, "어디에 머무는가"의 문제다.
예수님은 오늘도 말씀의 식탁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함께 먹고, 함께 걸어 가자고!
** 기도문
사랑의 예수님,
주님 곁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멀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냉소와 탐욕과 분노를 보게 하소서.
자기 정당화를 주장하며 주님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그래서 밤의 어둠으로 도망치지 않게 하소서.
오늘도 주님의 식탁으로 우리를 초대하심을 감사합니다.
말씀의 떡을 먹고 가슴에 새기며, 빛으로 걸어가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