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 예수에게 배우다”: 듣고, 묻고, 응답하기
* 누가복음 2장 46-47절
열두 살 소년 예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유월절 축제를 마치고 돌아가던 부모는 하룻길을 간 후에야 아이가 없음을 깨달았다. 사흘간의 수색 끝에, 마리아와 요셉은 마침내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들을 찾는다. 성전 한가운데서 율법 교사들 사이에 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눅 2:46-47)
소년 예수의 세 가지 행동이 눈에 들어온다. 배우는 자의 모습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동사다.
율법 교사들에게 듣고, 그들에게 묻고, 그들의 물음에 대답한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겼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1. 학생과 선생의 자세: ‘앉다’
“그(예수)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고대 유대 사회에서 학생은 랍비의 ‘발치에 앉아’ 가르침을 받았다. ‘나는 지금 당신의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겸손과 수용의 표지다(마리아: 눅 10:39).
또한 앉는 것은 학생의 자세인 동시에 가르치는 선생의 권위를 드러내는 공식적인 자세이기도 했다. 예수님의 위대한 가르침인 산상설교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예수께서...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마 5:1-2)
2. 듣는 예수: 겸손한 경청(쉐마)
그리고 소년 예수가 보인 첫 행동은 '듣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관계, 곧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겸손의 자세이다. 유대 전통에서 가장 위대한 영적 명령은 "쉐마(shema), 이스라엘아 들으라"(신 6:4)였다. 경청은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첫 응답이며, 모든 인간 관계의 시작이다.
“공동체 안에서 첫 번째 섬김은 경청이다”(본회퍼).
경청은 상대방에게 ‘존재의 공간’을 선물하는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들을 때, 우리는 비로소 미지의 새로운 세계와 접한다. 진정한 지혜는 겸손의 경청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3. 묻는 예수: 탐구하는 참된 인간성
듣는 것에 이어 소년 예수는 '질문'했다. 유대 교육 전통(하브루타)에서 질문은 무지를 드러내는 수치가 아니라, 진리에 접근하는 필수적인 통로였다. 수동적 경청이 능동적 탐구로 전환되는 자리다. 예수의 질문은 단순한 정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었다. 진리를 향한 갈망이 곧 그의 '참된 인간성(vere homo)'을 드러낸다.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언어로 진리를 향해 묻고 탐구했다는 사실은 우리로 질문하는 즐거움으로 초대한다.
4. 응답하는 예수: 정답을 넘어선 응답
소년 예수는 그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를 들은 사람들은 그의 ‘지혜(통찰력)와 대답’에 놀랐다. 여기서 '놀랐다'는 경탄하고 압도될 정도의 충격을 의미한다. 무엇이 당대 최고의 학자들을 이토록 놀라게 했을까? 소년 예수가 단순히 암기된 '정답'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의 대답은 깊은 '들음'과 치열한 '물음'을 통해 체화된, 살아있는 '응답'이었기 때문이리라. 이는 계속해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에 진정한 권위가 있어 사람들이 놀랐다는 표현과 상응한다(막 1:21-22).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이 '듣고, 묻고, 응답'하는 삶의 태도는 12살 소년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전 생애를 관통하는 원리였다. 그는 평생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과 사람들의 고통을 '들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피땀 흘리고 고뇌하며 '물었다'.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온 인류의 고통과 질문을 향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응답'이 되었다.
소년 예수에게 배우는 지혜는 머리를 채우는 공부가 아니다. 이 시대의 치열한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살아있는 대답이 되게 하는 거룩한 배움의 길이다.
이런 보배로운 구절이 누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 기도문
경청하시는 하나님,
먼저 듣는 마음과 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사람의 소리, 그리고 성령의 속삭임을 듣게 하소서.
또한 묻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주님을 향한 진리를 향해 과감히 질문하게 하소서.
마지막으로 대답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정답이 아니라, 사랑의 응답으로
주님을 마음껏 드러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