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벨의 시간
- 최훈희
먼지처럼 왔다가
그는 갔다
불면과 두통이
오래도록 빈소에 남아
그의 마지막을 조문했다
잠들지 못한 밤마다
어둠 속에서 야옹거리던
줄무늬고양이
창가에 앉아
무덤의 노래를 불렀다
유령같이 떠돌던 정처 없는
영혼은 죽어서야 둥근 물방울의
집을 가졌다
햇빛 좋은 날 강가에 나가 보라
살랑거리는 봄바람 실려
반짝이는 물결 위로
어둠을 털고 막 솟구치는
흰 새의 깃털 볼 수 있으니
헛되고 헛된 세간의 일
깊은 잠 속에 내려놓고 먼지처럼
왔다가 새처럼 가볍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