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전봇대의 혀 - 마선숙 이 가을에 실종된 사람들 전봇대에 다 숨어 있다 부착 방지용 뾰족이 틈새로 낡은 가발처럼 달라붙어 있다..

ree610 2026. 7. 22. 06:46

전봇대의 혀

- 마선숙

이 가을에 실종된 사람들
전봇대에 다 숨어 있다
부착 방지용 뾰족이 틈새로
낡은 가발처럼 달라붙어 있다
모든 걸 용서할 테니 집으로 돌아오라는 호소는
속치마처럼 펄럭이고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는 울먹임은
쇠창살처럼 먹먹하다

돈 빌려준다는 신용대출 전단지는
혀 빼물고 사람들 유혹하고
스포츠센터 다이어트 광고는
여자들 계모임처럼 아양 떨며 왁자지껄하다
자살클럽 안내는 가면무도회처럼 은근하고
당신은 행복합니까 하고 묻는 수려원 포스터는
도둑맞은 답안지처럼 허탈하다
예쁜 아가씨가 넘친다는 대양나이트 클럽 광고는
한 귀퉁이가 찢어져 대야나이트로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다.

전봇대 혀는 길다
나를 분실했으니 찾아주면 후사함이란 스토리까지 달고
숨이 차 쿨럭이지만
북새통들을 낙엽처럼 떨구지 않고
땅에 떨어진 전단지까지 묵묵히 주워 몸에 휘감은 채
희망을 찍을 때까지 신문고처럼 알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