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어서 잡숴! - 곽구명 부슬부슬 비 내려 벚나무 꽃잎 젖는 4월 19일, 오후 4시 달동 *조떼비까점 뒷골목 <기사님 돼지국밥>

ree610 2026. 7. 16. 07:28

어서 잡숴!

- 곽구명

부슬부슬 비 내려
벚나무 꽃잎 젖는
4월 19일,  오후 4시
달동 *조떼비까점 뒷골목
<기사님 돼지국밥>
둘 데 없는 시선에 안성맞춤인 낡은 화면
티비엔 밀고 당기는 드라마 재방 중인데
늙구스레한 택시 기사 서넛
멀뚱멀뚱 무료한 식탁에 앉았다
언제나 그 자리인 소금 그릇 양념장 종지 후춧가루 통
깍두기 한 접시와 양파 몇 조각, 풋고추 세개
막 나온 뚝배기에서
건성처럼 김이 오른다
희멀건 국 속의 비계 몇 점이
시큰둥 허연 매를 깔고 누웠다
50년 전 오늘의 붉은 피꽃 대신
얼굴에 검은 꽃 피운 사람들의 늦은 점심
내시 십판 분

돼지국밥이 눈 흘기며 하는 말,
어서 잡숴!

*조떼비까점-롯데백화점을 울산식 사투리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