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수 소장님의 저서 [예수 어록 주석]의 출판을 축하하고 환영하며,
나는 한국의 신학계가 예수 어록(Quelle)의 자료를 연구한다는 것이 문헌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기독교의 기원과 예수의 역사적 실체를 이해하는 데 혁명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역사적 예수의 탐구라는 지평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Q 자료는 마가복음보다 앞선 공통년(A.D.) 50~60년경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예수 관련 자료로써 예수께서 공생애 기간에 말한 증언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Q 자료에서 예수의 수난, 죽음, 부활 등 그리스도로서의 신앙고백을 이끄는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리스도 신앙으로 채색되지 않은 맨얼굴의 역사적 예수를 복원할 수 있는 핵심 자료를 주축으로 담고 있다.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된 시각을 갖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역사적 예수를 너무 빨리 신적 차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기독교인들이 따라야 할 그분의 가르침과 삶을 무력화시킨다. 따라서 Q 자료의 연구는 역사 속의 구체적인 한 인물로서의 인간적인 예수에 집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초창기 기독교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창기 기독교는 하나의 단일한 신학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역사의 예수를 잘 알지 못했던 바울 공동체와 달리 Q 자료 공동체는 토라를 중시하는 유대인들로서 갈릴래아에 있던 예수 운동 공동체의 유산을 잘 보존했다. Q 자료 공동체는 예수의 죽음을 죄인들을 대신한 대속의 죽음으로 해석하지 않았고, 바울처럼 ‘율법에서의 자유’를 주장하지 않았으며, 유대 지혜 전통과 예언자 전통 안에서 역사 속의 한 인간 예수를 이해하려고 했다. 또한 Q 자료 공동체는 내세의 묵시론적 구원보다는 현재 이 땅에서 살아내야 할 하나님 나라의 삶에 관심이 컸고, 급진적 가난과 비폭력, 용서의 윤리를 강조하고자 했다. 우리는 Q 자료 연구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이루는 다양한 물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셋째는 공관복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마가복음과 Q 자료라는 두 개의 문서와 각자의 고유한 자료를 독자적으로 사용해서 복음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학자들의 가설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서로 일치하면서 마가와 다른 공통부분이 생겨났다는 이론의 실질적인 증거물이 바로 Q 자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Q 자료가 없었다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200여 절에 달하는 마가복음에는 없는 공통 어록을 누구도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아가 Q 자료 연구는 복음서 저자들이 전승을 단지 수집만 했던 ‘편집인’이 아니라, 자기 신학적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취사선택, 배열, 수정한 ‘신학자’였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넷째는 한국 신학계에 주는 특별한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Q 자료의 가난한 자에 대한 예수의 당파적인 관심과 축복, 부자에 대한 저주 또는 경계는 한국 민중신학의 억압과 수탈로 인해 내재된 억울한 ‘한(恨)’과 그로부터의 ‘해방’ 한풀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건설의 과제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바리새인, 율법학자들을 강력히 비판한 Q 자료는 한국 기독교가 교회 권위와 세속 권력에 대해서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Q 자료의 연구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극우 개신교인들의 과오의 실체, 즉 예언자적인 사명을 외면하고 더러운 권력과 결탁해서 자기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부끄러움을 직시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
나는 한국 신학계에서 혁명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는 Q 자료의 연구가 그동안 다른 신학 분야에 비해서 매우 미진했다고 본다. 신약학 분야에서 Q 자료의 연구는 공관복음서를 연구할 때 개론적인(또는 상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관복음서의 문서설을 설명하는 도구 정도의 의미였지, Q 자료 자체를 심도있게 다룬 저서를 접한 적이 사실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기독교윤리학도라서 신약학 분야의 문외한으로서의 천박함 때문일 수도 있다. 하여튼 나는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께서 출판한 [예수 어록 주석]을 읽으면서, 예수 어록(Q 자료)의 내용 자체를 접하게 되었고, 그 안에 담긴 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라도 김 소장의 [예수 어록 주석]을 계기로 한국의 신학자들이 Q 자료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과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Q 자료 연구의 결실로써 신앙의 그리스도에 속히 빠져들기보다는 역사적 예수에 더욱 천착하며 그의 가르침과 삶을 따라갈 것을 기대해 본다.
새벽마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수많은 독일어책과 씨름하며 [예수 어록 주석]을 드디어 출판해 낸 김 소장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한국의 신학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자기 학문과 신앙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이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하는 바이다. - 정종훈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