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바라봄의 회개 - 놋뱀에서 십자가까지 * 말씀: 민수기 21장 9절 이스라엘의 위기는 단순한 여정의 피로가 아니다. “백성의 마음이 상하였다

ree610 2026. 5. 12. 06:26

바라봄의 회개 - 놋뱀에서 십자가까지
* 말씀: 민수기 21장 9절

이스라엘의 위기는 단순한 여정의 피로가 아니었다. “백성의 마음이 상하였다”(민 21:4)고 말한다. 히브리어로는 "백성의 영혼이 짧아졌다, 조급해졌다"는 뜻이다. 길이 멀어지자 인내가 짧아졌고, 신뢰가 짧아졌고, 감사가 짧아졌다. 영혼이 짧아지면 시선도 짧아진다. 하나님이 주신 구원의 길은 보이지 않고, 당장의 불편만 커 보인다.
그들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민 21:5)고 원망했다. 출애굽의 은혜를 죽음의 음모로 해석한 것이다. 이것이 죄의 왜곡이다. 죄는 먼저 사건을 왜곡하고, 그다음 하나님을 왜곡한다.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민 21:9)

1. 죄는 시선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백성이 만나를 향해 "우리 마음이 이 하찮은 음식을 싫어하도다"(민 21:5)라 말한 것은 단순한 식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나는 광야에서 주신 생명의 양식이었다. 그러나 감사가 사라진 눈에는 기적도 지루해지고, 은혜도 초라해진다. 원망은 입술의 죄이기 전에 해석의 죄다. 받은 은혜를 은혜로 읽지 못하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보지 못하는 시선의 질병이다.
하나님은 불뱀을 보내신다. 여기서 불뱀은 히브리어로 "타오르는 뱀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뱀의 색일 수도 있고, 독에 물렸을 때의 타는 듯한 고통을 가리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죄의 실재를 드러내는 심판이라는 점이다.

2. 심판의 형상이 은혜의 통로가 되다

백성은 모세에게 와서 "우리가 범죄하였사오니"(민 21:7)라고 고백한다. 히브리어로는 "우리가 빗나갔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들은 길에서만 빗나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보는 눈에서 빗나갔다.
그런데 하나님의 응답은 뜻밖이다. 하나님은 뱀을 즉시 제거하지 않으시고, 모세에게 불뱀의 형상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보면 살리라"(민 21:8)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보다’는 흘깃 스치는 시선이 아니라, 주의 깊게 바라보고 향하는 시선을 뜻한다.
놋뱀 자체에 주술적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놋뱀은 우상이 아니라 말씀에 의해 세워진 표징이었다. 하나님은 상처를 지우기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상처의 자리에 은혜의 표징을 세우시는 분이다.

3. 십자가의 완성: 바라봄은 믿음이 되고, 믿음은 생명이 된다

예수님은 이 사건을 직접 자신의 십자가와 연결하셨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15). 민수기에서는 "쳐다본즉 살더라"였고, 요한복음에서는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다"가 되었다. 바라봄은 믿음의 예표였고, 십자가는 놋뱀의 완성이었다.
요한복음에서 "들리다"는 높이 들리는 십자가 처형을 뜻하면서 동시에 예수님의 영광을 암시하는 이중적 표현이다. 세상은 십자가를 실패와 수치로 보았지만, 요한은 그곳을 하나님의 사랑이 높이 드러난 자리로 이해한다. 저주의 나무가 영광의 보좌가 되고, 죽음의 자리가 생명의 문이 된다. "쳐다본즉 살더라." 이 한 문장은 광야에서 울린 복음의 예고편이며, 십자가 위에서 완성된 생명의 선언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우리도 원망의 독에 물려 살아간다. 그 독은 형태를 바꿔 불안으로, 비교로, 인정 욕망으로 우리를 휘감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 힘으로 이 독을 해독할 수 없다. 살 길은 우리 안에 있지 않다. 살 길은 하나님이 세우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데 있다. 십자가는 상처를 모르는 사랑이 아니라, 상처 한가운데로 들어오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죄를 외면하는 은혜가 아니라, 죄를 담당하고 생명으로 바꾸신 은혜다.
우리의 진정한 믿음은 시선의 전환, 곧 바라봄의 회개이다.

**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불평과 원망으로 얼룩진 우리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은혜를 왜곡하고 하나님을 오해한 우리의 병든 시선을 고쳐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 안에서
우리의 상처와 낙심을 정직하게 직면하게 하소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바라보며,
오늘도 우리가 생명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