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언론에 비친 생각!

은퇴 후에도 목사로서 끝까지 섬기는 자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ree610 2026. 1. 6. 12:07

연말이 되면 전임 목회자의 은퇴로 후임 목회자를 세우는 교회들이 있다. 그런 목회자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임과 후임 사이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전임자 때문에 후임자가 힘들어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후임자 때문에 전임자로서 마음 아픈 교회도 있다.

필자의 교회에는 원로목사 김종근 목사가 계신다. 2003년에 부임한 필자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그 세월을 기억하는 성도들 가운데는 "목사님도 이제 원로 목사님이 될 자격을 얻었네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일 것이다.

부임 후 원로목사님과의 첫 만남에서 그는 "자네는 나와 세대 차이도 나고 하니 나를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목회하라"고 말씀하셨다. 또 "원로목사가 후임 목사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필자의 목회에 대해 후임 목사가 간섭이라고 느낄 만한 말씀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필자는 그런 원로목사님에 대해 교인들에게 "우리 교회 원로목사님은 이 시대의 성자다. 그 귀한 목사님이 계신 우리 교회 성도들은 감사하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종종 말하곤 한다. 자신이 깨달은 말씀대로 은퇴 이후에도 섬기는 삶을 사시는 귀한 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목사님이 어느 주일을 앞두고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말씀을 묵상하던 중 문득 "너에게 강도 만난 이웃이 누구냐?"(눅 10:36)하는 음성이 마음속에 들려왔다고 한다. 그 물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은퇴해도 갈 곳 없는 목사들이 너에게 강도 만난 이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 후로 그분은 결단을 하고 은퇴 전부터 생활비를 아껴 준비하기 시작했다. 은퇴 후 전주 지역에 '평강원로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교회가 드린 퇴직금 전액을 더해 건축을 마쳤다.

기거할 수 있는 20개 호실이 있는 건물로, 법인을 설립해 개인 소유를 스스로 포기하셨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은퇴 후 거처가 없는 이들 가운데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이들이 주택 사용료 없이 무료로 생활하고 있다. 건물 1층에는 예배 처소인 평강교회가 자리하고 있는데, 주일 낮 예배와 주일 찬양 예배 때 담임목사(이정자 목사)를 포함해 출석하는 35가정 가운데 20여 명의 은퇴 목사들이 강사로 초빙받듯 돌아가며 설교를 맡는다.

해마다 설날 주간의 주일 오후가 되면 장로님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그때마다 원로목사님은 말씀을 준비해 덕담처럼 들려주시고 축복기도를 해주신다. 그리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20년 넘게 그렇게 해오고 있다. 원로목사님은 1년에 한 차례 교회 설립기념주일에 교회를 다녀가셨는데, 20년이 지난 후부터는 "이제 그만큼 갔으면 됐다"며 더 이상 오지 않으신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목사님은 종종 필자에게 "자네가 내 후임으로 와주어서 고맙네!"라고 마음을 전해주시곤 한다. 아마도 많이 부족한 후임에게 오래도록 잘해오고 있다는 격려이자, 해마다 한 차례씩 평강교회에 출석하는 은퇴 목사 부부들이 바람을 쐬도록 교회가 차량과 경비를 지원한 데 대한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 일은 필자가 부목사로 사역하던 당시 신양교회(이만규 목사)에서 행하던 것을 보고 배워 필자 교회 형편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필자가 원로목사님을 통해 배운 것 중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다. 필자도 언젠가 은퇴할 텐데, 그 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목사님처럼 하나님께 미리 안내받는 일이다. 목사는 은퇴 후에도 목사로서 끝까지 섬기는 자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최근에 건강이 다소 약해지셨다는 목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

김범준 목사 / 남원동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