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오직 예수님만 남기기 :
은퇴 앞에서 목회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서 있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직분을 내려놓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전 생애가 응축된 순간이며, 평생 섬겼던 공동체와의 이별이고, 내가 누구였는지를 다시 물어야 하는 영적인 통과의례다.
많은 목회자들에게 존경받던 한 분의 큰 실수가 회자되고 있다. 슬프다. 괴롭다.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프다. 이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목회자는 어떻게 떠나야 할까? 나는 언젠가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떠나야 할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요한복음 3장 30절의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세례 요한의 이 고백은 모든 사역자의 마지막 서사를 위한 영원한 지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 순간을 놓친다. 우리는 너무 오래 머물러 사역이 우상이 되고, 교회가 우리의 정체성이 되며, 성도들의 필요가 우리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진정한 목자는 때를 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모든 계절에는 때가 있다.
깨끗하게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먼저 말없이 떠나는 것이다. 여기서 "말없이"란 침묵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불평 없이, 변명 없이, 자기 정당화 없이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때때로 떠나면서도 자신의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고, 자신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싶어하며, 후임자에게 은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깨끗한 떠남은 이 모든 유혹을 내려놓는 것이다.
은퇴하는 목회자의 손은 비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무언가를 쌓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쌓은 것은 무엇인가? 건물도, 숫자도, 프로그램도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청지기였을 뿐이다. 잠시 맡았던 것을 다시 주인께 돌려드리는 것, 그것이 은퇴의 본질이다.
내가 아는 한 은퇴 목사님은 마지막 주일, 설교단을 내려오면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주님, 이제 저는 떠납니다. 이 공동체에 제 흔적이나 이름이 아니라 당신의 향기와 영광만 남게 하소서."
그는 작별 인사도, 송별 예배도 사양했다. 그저 조용히, 한 평범한 성도처럼 문을 나섰다. 그의 떠남은 그 어떤 설교보다 강력한 메시지였다.
깨끗하게 떠나는 목회자는 후임자를 위해 길을 닦는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간섭하지 않으며, 비교되기를 거부한다. 그는 후임자에게 자유를 준다. "이 공동체의 담임목사는 제 후임 목회자인 당신입니다. 저의 담임목사님도 이제 당신이십니다." 이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깊은 신뢰다. 하나님은 각 세대마다 적합한 목자를 보내신다. 우리의 때가 지나면, 새로운 때를 위한 새로운 목자가 필요하다.
"이것은 내가 이룬 내 교회야. 내가 없이는 안 돼." 이런 생각이 스며들 때마다, 우리는 다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노라"고 고백했을 때,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사도 바울의 탁월함에 매료되었다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을 놓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십자가만 전하겠다. 그리스도만 드러내겠다."
이것이 목회자들의 시작과 끝의 고백이어야 할 것이다.
은퇴 목회자의 마지막 설교는 그의 삶이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존재로, 화려함이 아니라 투명함으로, 성취가 아니라 비움으로.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우리가 어떻게 떠나는지를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품위 있는 떠남, 겸손한 물러남, 감사로 가득한 작별,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증거다.
나는 아직 담임목사이지만, 때때로 나의 마지막을 묵상한다. 내가 떠난 후,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기를 원하는가? 나의 설교인가, 나의 프로그램인가, 나의 리더십인가? 아니다. 나는 그들이 이렇게 말하기를 원한다. "목사님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예수님을 더욱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전부다.
이 글은 은퇴 앞에 있는 목사의 사려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이 나의 고백과 삶이 되기를 원하는 내 마음은 진실하다.
나는 잠시 빌려 섬긴 청지기일 뿐이다. 비어 있는 손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안한 영혼으로 나를 부르신 또 다른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은퇴 일 것이다. 그곳이 심지어 저 열방의 끝이라 할지라도,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전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성도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며, 최고의 메시지이며, 가장 아름다운 작별일 것이다. - L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