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제라블...장발장은 어떻게 재범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가?
누구나 조금은 아는, 그렇지만,
곰곰 다시 볼수록 생각거리가 떠오르는 그 소설.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 훔쳤다가 야간주거침입절도로 5년형을 받고, 억울한 마음에 탈옥을 시도하고, 또 시도하다, 총 19년의 실형을 받고 석방되었습니다.
그는 통과하는 도시마다, 통행권을 제시하고 신고해야 합니다. 디뉴에 도착하여 시청에 신고한 뒤, 그는 잠잘 곳도, 사먹을 것도 거부당했습니다. 빈 집에 들어갔더니 개들로부터 습격당해, 자신이 개만도 못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누군가가 주교관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남루하고 불량기 넘치는 장발장을 미리엘 주교는 그저 맞아들입니다.
"노형, 알프스 밤바람이 몹시 찹니다.
노형, 아마 무척 추우셨겠죠?"
주교가 이 노형이라는 말을 정중한 듯하면서도 점잖은 소리로 말할 때마다, 사나이의 얼굴은 환히 빛났다. 모멸받은 죄수에 대해 노형이란 말은 메듀스호의 조난자에 대한 물 한 컵과도 같다. 그는 남의 존경에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사제님, 좋은 분이십니다. 사제님은 저를 멸시하지 안고, 저를 받아주십니다. 제가 어디서 왔으며, 나쁜 놈이란 것을 숨기지 않았는데도."
"당신이 누구인가를 내게 말하지 않았어도 좋았소.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에겐 그 이름을 묻지 않고, 다만 그에게 고통이 있는가 없는가를 물을 뿐이요. 당신은 고통받고 있고,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이므로, 잘 오신 거요. 안식처를 구하는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이 집은 제 집이 아닙니다. 이 집은 제 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당신 집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자기 이름을 말하기 전에, 나는 당신 이름을 하나 알고 있지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당신 이름은 나의 형제라는 것이요"
"사제님, 제가 여기 들어올 때는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그러나 사제님이 어찌나 친절하신지 지금은 배고픈 줄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고생을 많이 하셨겠군요?"
"말도 마세요.~(생략)~~~"
"알겠소. 당신은 참 슬픈 곳에서 나왔소. 하지만 들어보시오. 100명의 의인의 흰 옷에 대해서보다, 회개한 하나의 죄인의 눈물젖은 얼굴에 대하여 하늘에서는 더 많은 기쁨이 있을 것이오. 당신이 그 고통스런 곳에서 증오와 분노의 생각만 갖고 나온다면, 당신은 가엾은 사람이오. 만약 거기서 호의와 온정과 친화의 생각을 갖고 나온다면, 당신은 그 누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일 것이오."
그리고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거기 오는 모든 손님들에게와 마찬가지로, 은접시에 음식을 담고, 은촛대를 켰습니다. 음식은 평소대로 조촐했지만, 환대의 식탁에 초대받은 것입니다.
그리곤 장발장은 하얀 시트가 깔린 침실에서 깊은 잠에 빠졌고, 새벽에 깨어납니다.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다, 그는 은그릇을 훔쳐 바랑에 넣어 달아나다가 경찰 검문에 붙잡힙니다. 그는 그 은그릇은 주교가 선물로 준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합니다. 경찰은 그를 연행하여 그는 주교관으로 붙잡혀 옵니다. 그 전에 주교는 집사 할멈으로부터 은그릇을 그 나그네가 훔쳐갔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나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주교님 말씀.
"그런데 우선, 그 그릇은 원래 우리 물건이었던가?"
"우리가 오래전부터 은그릇을 갖고 있었지만, 그건 잘못이었소.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오. 그 사내는? 가난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은데."
이런 말도 안되는 답변을 합니다.
경찰이 장발장을 연행해 왔을 때, 주교님의 첫 반응.
"아 당신이구려. 그런데 어찌된 셈이요. 나는 당신에게 은촛대도 드렸는데, 왜 그릇만 갖고 갔소. 잘 왔소. 이 은촛대도, 그릇과 함께 가져가세요."
경찰은 그 말을 듣고 장발장을 놓아줬습니다. 주교는 말했습니다.
"노형, 가시기 전에 여기 당신 은촛대가 있으니 가져가시오" 하고는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건네줬습니다.
경찰은 자리를 떴고, 장발장은 실신할 것 같았습니다.
주교는 그에게 다가가더니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잊지 마시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그릇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쓰겠노라고 내게 약속한 일을."
꿈에도 약속한 기억이 없는 장발장은
그저 어리둥절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주교는 그 말을 할 때, 마디마디 힘을 주었습니다.
그는 엄숙하게 다시 이었습니다.
"장발장, 내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한 사람이오.
내가 값을 치르는 것은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요.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파멸에서 끌어내어, 그것을 천주에게 바치려는 것이오."
.................
이 세상에서 꿈같이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뭐, 해설도 전혀 필요없습니다.
그대로 느낌에 간직하면 되고요.
그래도 이렇게 필사한 김에, 한 사람을 죄인의 길에서 어떻게 선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무거운 형벌, 세인의 비난, 박해가 전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건 장발장에게 내면의 증오와 사회적 적대감을 키워가는 것일테니까요.
여기 주교님은, 이 불량한 나그네를 노형/형제로 받아들입니다. 그가 어디서 왔고, 무슨 죄를 지었는지 추궁하지 않습니다. 고생했고, 슬픈 곳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스스로 말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환대~~ 무조건적 환대를 합니다. 그는 배고프고 굶주리고 공격받고 있으므로, 묻지마 환대를 받을 자격이 있는 고귀한 인격으로 대우합니다.
장발장이 그 환대와 신뢰를 배반했을때, 통상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런 못된 자는 정말 감옥에 쳐넣고, 다시는 세상구경을 못하게 격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미리엘 주교님의 반응은 실로 놀랍지요.
실신할 것 같은 자에게 구원의 복음을 통해, 그를 세상감옥으로부터 벗겨내는 대신, 당신은 "이미" "선에 속한 사람이오"라면서, 자신의 영혼을 파멸로부터 스스로 구원해 내기를 약속하지 않았냐고 반문합니다.
그가 살아오면서 한번도 겪지 못한 무한 신뢰와 선의 인간에의 기대를 보여준 것입니다.
사실, 범죄의 과정에 빠진 사람을 통상의 사회적 인간으로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범죄화되는 과정에서는 체질, 인성, 관계, 자아상에 변화가 생깁니다. 한 번 결심한다고 해서 곧장 전환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악행의 길에 들어간 기간만큼 선행의 길로 빠져나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고들 합니다. 그 시간 동안은 존중과 신뢰, 지원과 인내가 함께해야 합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냐, 혼이 나봐라~이런 접근이 아닌 신뢰하면서 인내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내야 합니다.
범죄자, 그중에서도 범죄습벽이 인격으로 굳어진 사람을 선행으로, 사회복귀로 이끄는 일은 그의 의지 하나만으로는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생계의 일자리도 필요하고, 가정이나 동료와의 인간관계도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당신은 이미 망가진 존재가 아니다. 누구 못지 않게 소중한 인격이다.”라는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성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으로 바람직한 일일까요?
사회의 모범생(그냥 보통 시민)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을 가지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얻은 수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가족 부양과 약간의 사회적 기부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의 범죄는 피해자가 공들여 쌓아온 세계(신체, 재산, 평판, 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그 회복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범죄습벽이 있는 자는 멈춰 세워질 때까지 주변에 지속적인 고통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런 범죄자가 범죄습벽을 벗고 자립적인 생활인으로 교화·개선된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큰 선업(善業)을 쌓는 셈이 됩니다. 악행을 방지하는 일은 선행을 권면하는 것보다 더 큰 사회적 효용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정공무원이나 형사법 전공자들에게, 이런 취지로 “귀하의 전공이 그토록 소중하다”고 자주 말씀드리곤 합니다. 다만 교정교화는 그런 직업인.전문가 몇몇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공통과제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누군가 답하더라고요.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연탄재 시가 떠오른다고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 앞에 서면, 늘 할 말이~~없어집니다.
- 한인섭 명예교수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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