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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유감이 있다.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공의, 회복, 부흥’을 주제로 열린...

ree610 2025. 8. 31. 17:45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유감이 있다

2024년 11월 22일 오전 7시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공의, 회복, 부흥’을 주제로 800여 명 각계 지도자들의 참석 가운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15개국 주한 외교 사절단 인사들,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 대형교회 담임목사들, 기독교인 기업인들이 주축이 되어 참석했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께 기도하겠다는 것은 신앙인의 당연한 도리로서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간구하는 기도는 신앙인의 권리이고, 국가와 권력자, 사회적 약자들이나 재난에 직면한 이웃들을 위한 기도는 신앙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도는 광장에서 누군가에게 집단적으로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골방에서 하나님과 은밀히 대화하는 것이라서 교회가 아닌 호텔에서 큰 비용을 들여가며 기도한 것이 과연 적절했던가는 의문이다. 1966년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가 56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늘 그렇게 해왔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독재정권 하에서 인권이 무시되고 민주주의가 왜곡되던 시절에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을 위해서 시작했던 기도회가 아니었던가. 심지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살상하고 정권을 잡았던 살인자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축복하며 정당화해 준 기도회가 아니었던가. 과거 국가조찬기도회의 이런 흑역사에 대해서 누구 하나 제대로 회개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해 유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첫째로, 국가조찬기도회를 주최하는 주체에 대한 유감이다. 우리가 언뜻 보면, 국가조찬기도회가 한국교회의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연합으로 진행된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라는 법인조직이 주최한 것이다. 이 법인은 회장 1인, 부회장 10인, 명예회장 4인, 이사 16인, 감사 1인, 직원 2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성원들 대부분은 교회의 장로들이다. 그들은 대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들인지라 자본주의적 이해관계가 얽힐 위험성을 구조적으로 지니고 있다. 마치 한국교회는 들러리가 되고, 이 법인에 속한 임직원들만의 리그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었다.

둘째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유감이다. 국가조찬기도회의 참가자들은 참석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만으로 참석할 수는 없다. 주최 측의 초대를 받지 못하면 참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초대를 받고 있는가. 한국기독실업인회(CBMC)에 속한 기독교인 실업인들이다. ‘국회조찬기도회’에 속한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이다. 교단의 총회장들과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들이다. 국가의 3부요인들과 측근의 권력자들, 군대 고위 장성들과 주한 외교 사절단 인사들이다. 이들이 주축이 되고, 덤으로 초청받는 것이 사회 각계각층의 내로라하는 기독교인 인사들이다. 일반 신도들의 경우는 예배를 돕기 위해 동원된 성가대원 정도일 것이다. 초대받은 참가자들이 참석한 것만으로 목에 힘줄 수 있는 특권적인 구조가 유감이었다.

셋째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전해지는 설교 메시지와 기도 내용에 대한 유감이다. ‘부흥케 하옵소서’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장환 목사는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으로 번영을 이뤘지만 여전히 자살률과 사교육비, 이혼율 등의 높은 문제로 개혁과 회개가 시급한데, 교회와 국민 모두 회개하고 기도에 힘쓰면 대한민국 상공의 검은 구름을 물리치게 되어 희망이 있고, 부흥할 수 있다.”고 했다. 총회장들은 “하나님의 진리로 동성결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등 창조 질서와 헌법을 거스르는 모든 위협을 막아 달라.”는 연합기도문을 함께 낭독했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법이 불공정하게 적용되고, 서민들의 삶이 막장에 이르고, 검찰 공화국의 부정이 하늘을 치솟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부흥만을 운운하고, 권력자들의 구조적 죄악에는 침묵하면서 성 소수자들만을 죄인처럼 취급한 것이 유감이었다.

넷째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말에 대한 유감이다. 그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자리를 잡았고, 물가 상승률은 1%대로 안정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앞서 4만 불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교육, 노동, 연금 등 4대 구조개혁을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도 했다. 국회에서 당당하게 연설하지도 못하고, 협치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그가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기도와 격려를 요청한 것은 호구로 보았기 때문일까. 윤 대통령의 인사말이 국민의 정서나 실제 현실과 괴리된 유체이탈의 전형인 것이 유감이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형교회 목사들과 범죄자로 판결받은 일부 기독교 인사들이 최고 권력자 부근에서 예언자의 쓴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은 그들을 자신의 지지자 정도로 여기는 국가조찬기도회, 지속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가스펠투데이 논설위원 칼럼/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