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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사실상 패배와 선거제 개혁의 당위성: 표면의 압승, 그 아래의 진실: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선거

ree610 2026. 6. 8. 10:17

민주당의 사실상 패배와 선거제 개혁의 당위성:

1. 표면의 압승, 그 아래의 진실: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결과만 떼어 놓고 보면 민주당의 압승으로 보인다. 광주전남 통합으로 하나가 줄어 16개가 된 광역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이 12곳을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경북, 경남 등 4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4년 전 민주당과 국힘당의 5대12 판세를 12대4로 거꾸로 바꿔놓은 셈이다. 경기도에서 55%를 득표하며 승리한 추미애 후보가 첫 여성 광역단체장에 올랐고, 부산에서 전재수 후보가 박형준 후보를 끌어내렸으며, 울산에서도 민주당 김상욱 시장이 탄생했다. 충청권의 4개 광역시도와 호남권의 2개 광역시도, 강원도와 제주도를 모두 민주당이 석권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예측했던, 민주당의 일방적인 압승은 없었다. 16개 광역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득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민주당은 경기, 인천, 강원에서 각각 유권자 표의 55.04%, 52.84%, 51.81%를 얻었고 대전, 충남, 충북에서도 각각 53.48%, 52.53%, 54.57%를 얻었다. 광주전남(79.01%), 제주(63.11%), 세종(61.03%)처럼 60%를 넘는 데도 있지만 나머지는 경기도가 간신히 턱걸이한 것을 제외하곤 어디도 55% 선을 넘지 못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국힘당을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민주당이 부산에서 50.52%, 울산에서 48.73%, 경남에서 48.59%를 득표하고, 대구에서 45.05%, 경북에서 32.75%를 득표한 것은 엄청난 진전이다. 경남에선 분루를 삼켰지만, 부산과 울산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로 넘어가면 양당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총227개 기초단체장 중 민주당이 119개(52.42%), 국힘당이 95개(41.85%)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국힘당이 지난 1년 넘게 매달려 온 내란동조 행태를 떠올려 보면, 기초단체장 선거의 42%에서 승리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는 영남의 인구수가 많아서 기초단체장이 호남의 기초단체장 41명보다 월등 많은 70명이나 되고, 이들을 국힘당이 거의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국힘당은 이번에 영남권에서 모두 50명의 기초단체장을 만들어 냈는데, 국힘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를 포함하면 58명으로 늘어난다. 나머지 12명은 민주당 소속 영남권 기초단체장들이다.

국힘당 소속 기초단체장 95명 중 영남권 50명을 뺀 비영남권은 45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8개(32%), 경기에서 12개(38.71%), 인천에서 3개(27.27%) 등 수도권에서 모두 23개, 절반을 건졌다. 나머지 22개는 충남에서 10개(66.67%), 충북에서 5개(45.45%), 강원에서 7개(38.88%)로 채워졌다. 대전, 광주전남, 전북에선 국힘당 기초단체장이 전무하다. 국힘당이 시장, 군수, 구청장의 42%를 확보한 것은 맞다. 그러나 시야를 넓게 보면 국힘당은 영남권 70개를 제외한 총157개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45승을 올렸을 뿐이라 승률이 28.66%에 지나지 않는다. 독자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출해 본 숫자이지만, 국힘당이 하는 짓을 보면 이 승률도 너무 높다.    

이번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국 정당답게 텃밭 호남권의 36개 시장, 군수, 구청장을 빼고도 83개 기초단체장을 전국적으로 고르게 확보했다. 부산, 경남, 울산에서도 각각 7명, 4명, 1명의 기초단체장을 냈다. 민주당은 호남권 41개를 제외한 총 186개 기초단체장 지역구에서도 83승을 거두며 승률 44.63%를 기록했다. 여기서 어느 당의 텃밭도 아닌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립지대에서 올린 각 당의 승률을 계산해 보자. 영호남의 기초단체장 선거구를 제외한 총 116개 가운데 민주당은 71개에서 승리해 승률이 61.2%인 반면, 국힘당은 45개에서 승리해 승률이 38.8%다. 민주당과 국힘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 6대4 수치가 좀 더 진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광역의원 선거 결과는 웬만하면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따라가게 돼있다. 기초의원 선거 결과 역시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와 궤를 같이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광역의원의 대략 87%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로 뽑히고 나머지 13% 정도만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의원으로 뽑히기 때문에 시도의회의 경우 어디서나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불비례성이 매우 심하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총 933명의 광역의원 중 63.02%를 확보했고, 국힘당은 35.15%를 확보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장 선거를 아슬아슬하게 국힘당에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의석의 67.8%를 차지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국힘당이 강남권 몰표 덕분에 신승했지만, 비강남권 지역에서는 민주당 표가 조금씩 더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의석 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서울시의회는 앞으로 오세훈 시장의 거부권 행사마저 무력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도의회 선거 결과로 민주당이 2/3 이상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곳은 서울(67,8%) 외에도 전북(97.73%), 광주전남(91.21%), 대전(90.91%), 경기(86.23%), 세종(86.71%), 인천(84.44%), 제주(75.56%), 충북(71.05%), 충남(66.0%) 등 모두 10개 시도이다. 국힘은 대구(94.44%), 경북(90.63%), 부산(77.08%), 울산(68.18%) 등 4개 광역의회에서 의석의 2/3 이상을 획득해서 절대다수가 됐다. 거꾸로 보면 국힘당은 경남도의회와 강원도의회에서 각 64.71%, 44.44%의 의석을 가질 뿐 광주전남, 전북, 대전, 인천, 경기, 세종, 제주, 충북 시도의회에선 각각 의석의 1.10%, 2.27%, 9.09%, 10.26%, 13.17%, 14.29%, 17.78%, 28.95%를 가질 뿐이다. 16개 가운데 무려 14개의 광역지방자치에서 사실상의 1당 독재가 활보하는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양당 격차가 더 심했다. 소선거구제의 이런 폐단을 뻔히 알면서도 30년 넘게 눈감고 방치해 온 것이 거대양당 국회이다.

민주당이 만들어 낸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은 압도적인 여소야대 시의회를 상대하게 생겼다. 부산의 민주당 의석은 22.92%, 울산의 민주당 의석은 27.28%에 지나지 않아서 국힘당은 시장의 거부권 행사도 재의결 처리가 가능하다. 서울시의회에서는 그 반대다. 오세훈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민주당의 67.8% 의석으로 다시 재의결해서 입법안을 관철할 수 있다. 민주당이 시도지사와 2/3 이상 의석을 동시에 가진 9개 시도에선 민주당이 절대 권력자다. 사실상의 1당독재 권력은 절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광역의회의 양당 의석 격차가 실력과 지지율 차이를 반영하는 게 아니고, 소선거구제라는 제도 요인 때문에 생겨나는 고질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다시 살펴본다.
    
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광역의원 선거 결과와 결이 다르다. 광역의원 선거에서처럼 1인 소선거구제를 채택하지 않고 2, 3인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5% 이상 안정적으로 앞선 거대양당 중 하나가 기초의석을 싹쓸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2, 3인 중선거구제는 거대양당이 사이좋게 서로 1, 2석씩 나눠 먹는 구조라서 양당의 의석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 기초의원 선거 결과도 총 3,035석 중 민주당 51.86%, 국힘당 42.08%로 민주당 우위로 나눠 먹었다. 영호남을 제외하고는 양당이 의석수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국힘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파이의 42%를 가져갔다.

이번 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 모습을 되풀이했다. 정책선거 면모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인공지능 시대도 구호로만 요란했다. 진영의 공통 공약이나 의제도 세우지 못하고, 모든 후보가 어둠 속에서 각개 약진했을 뿐이다.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 최소 10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이 당선됐다. 끝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9대5(4+1, 무소속 한동훈)의 결과로 예상했던 것보다 국힘당이 선전했다. 본래 14석 중 13석이 민주당 의석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4석을 잃었고, 국힘당은 사실상 4석이 늘었다. 무소속 한동훈은 잠시 무소속일 뿐 국힘당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뽑힌 전체 지방 선출직 4,210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2,293명(54.5%)이고, 국힘당 소속이 1,704명(40.5%)이다. 정치적 상황과 조건에 비춰볼 때 20%도 안 돼야 마땅한 내란동조 국힘당이 무려 선출직의 40.5%를 차지했다. 이 정도면 열세에 처한 야당이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선거 결과다. 내용적으로도 국힘당은 서울시장과 경남지사를 포함한 광역단체장 4인과 광역의원의 35%를 획득하고 기초단체장의 42%와 기초의원의 42%를 확보했다.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패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국힘당의 형편없는 지지율을 감안할 때 누구도 국힘당이 이만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쇼킹한 선거 결과다.

많은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더 압도적으로 이겼어야 했고, 더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사실상 패배했다는 지적마저 적지 않다. 과연 그런가. 서울, 대구, 경남에서 아슬아슬하게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즉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5대1의 대첩을 기록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팽택을과 부산북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후보가 승리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랬더라도 광역의회 선거 결과와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거의 그대로일 것 같다.

그 이유는 국힘당이 쪼개지지 않고 보수 대변 기능을 인정받는 이상 국힘당에는 40% 안팎의 고정 지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윤석열 탄핵 직후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41%를 득표한 사실로도 확인된다.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국힘당의 지역구선거 득표율과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모두 40%를 넘고 민주당과 10% 이내의 차이만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조적으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50% 초반으로 다르지 않았지만, 국힘당에서 바른미래당이 쪼개져 나가 국힘당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무르며 지금보다 더 극적인 격차가 벌어졌었다. 이번엔 쪼개지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22년 윤석열 정권 출범 한 달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 결과와 여야격차를 완전히 뒤집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큰 승리를 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0.7% 박빙으로 패배한 2022년 대선 직후 1달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빛의 혁명과 정권교체 1년 만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촛불혁명과 정권교체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선거 결과와 비교해야 맞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높았고, 야당(국힘당 전신)은 탄핵과 정권교체, 내홍으로 지리멸렬 상태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14 대 2,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151 대 53으로 국힘당을 압도했다. 광역의원 수에선 79.13% 대 16.63%로 격차를 벌였는데, 특히 서울시 의석의 96.2%, 경기도 의석의 99.2%, 인천시 의석의 97.0%를 싹쓸이했다. 기초의원 수에서도 민주당 55.96%, 국힘당 34.81%로 21%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나눠먹기 구조에서 좀처럼 나타나기 어려운 엄청난 격차였다.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라한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2. 왜 실패한 승리인가?

결과적으로 국힘당은 처절한 패배를 면했다. 무엇보다 상징성이 큰 서울을 지켜냈다. 대구와 경남의 텃밭을 수성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아도, 서울을 수성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영호남의 지역주의가 재확인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겹쳐 보면 그림은 더 엉망이다. 부산 북갑에서 윤석열의 원조 황태자,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대구 달성의 이진숙, 울산 남갑의 김태규가 국회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염려된다.

특히 대구시장에 당선된 추경호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힘당 원내대표로서 소속 의원들을 당사로 빼돌리며 계엄 해제결의 무산과 친위쿠데타 옹위를 획책했던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의 하나였다. 추경호, 이진숙, 김태규의 당선은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내란 옹호 국힘당을 철저하게 심판하고, 그 핵심 인물들을 낙선시킨다는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지방 권력을 대거 장악하며 정치적 헤게모니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크게 이길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의 피부에 와 닿는 전국 공통의 강력한 민생과 정치 의제와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공소취하’ 특검법안을 추진하다 반대파의 독주 견제 의지를 막판에 결집시킨 것도 큰 실책이었다.

결과적으로 압도적 우위의 모든 조건을 손에 쥐고도 국힘당의 주요 거점과 인물들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도를 그대로 온존시켰다. 빈사 상태의 국힘당이 오히려 살아나게 생겼다. 여기에는 중대한 제도적 요인이 숨어있다. 이것을 바로잡지 못한 게, 즉 선거제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민주당의 진짜 실책이다. 이것을 그대로 두는 이상 지방선거 결과는 언제나 2018년, 2022년, 2026년의 선거 결과를 반복하게 되어있다.

3. 광역비례 정당투표가 드러낸 민의와 의석의 괴리:

이번에 가장 수용하기 어려운 선거 결과가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평택을, 부산북구 선거 결과라는 식의 정치평론이 흔히 들리지만, 이는 반만 맞을 뿐이다.
시·도별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과 정당별 의석 점유율 사이의 극심한 괴리라는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데도 눈을 감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라는 필터를 통과해서 의석으로 환산되는 유권자의 지역구 표심과 비례대표 정당명부에 투표하는 유권자의 정당투표 표심은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낸다.

수도권 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

수도권 의회와 영호남권 의회의 의석 분포는 이 사실을 뚜렷하게 알려준다. 서울시의회는 지역구 103석, 비례 15석, 총 118석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민주당이 80석(지역구 73석, 비례 7석), 국힘당은 38석(지역구 30석, 비례 8석)을 확보했다. 제3당은 1석도 갖지 못했다. 민주당이 서울시 의석의 67.8%를 차지했다. 그러나 광역비례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43.86%, 국힘당 44%로 오히려 국힘당이 0.14% 포인트 앞섰다. 국힘당이 민주당보다 비례 의석을 1석 더 배정받은 이유이다.

경기도의회는 총 167석(지역구 146 + 비례 21)이다. 민주당이 144석(지역구 133석, 비례 11석), 국힘당이 22석(지역구 13, 비례 9), 조국당이 비례 1석을 획득했다. 민주당이 경기도 의석의 86.2%를 싹쓸이하고 국힘당이 13.2%를 건졌지만, 광역비례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52.45%, 국힘당 42.28%였다. 인천시의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총 45석(지역구 39 + 비례 6)에서 민주당이 38석(지역구 35, 비례 3), 국힘당이 7석(지역구 4, 비례 3)을 가져갔다. 민주당이 인천시 의석의 84.4%를 얻고 국힘당이 15.5%를 얻었지만,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50.4%, 국힘당 41.1%이었다. 조국당 4.6%는 5% 문턱을 넘지 못해 의석이 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정당 지지율은 사실상 무승부이거나 10% 포인트 이내 차이였다. 민주당은 정당투표에서 서울 43.8%, 경기 52.4%, 인천 50.4% 득표율을 기록했고 국힘당도 서울, 경기, 인천에서 각각 44%, 42.3%, 41.1%를 올리며 탄탄한 지지세를 보여줬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65%에 달했는데도, 국힘당이 공천 난맥과 지도부 비토 정서로 지리멸렬 상태였는데도 그랬다. 문제는 10% 포인트도 안 되는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소선거구제 필터를 통과하자 민주당이 서울 의석의 67.8%, 경기도의 86.2%, 인천이 84.4%를 각각 가져가게끔 증폭됐다는 점이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에서 각각 10% 가까이 앞섰기 때문에 소선거구 지역구선거에서 의석의 85% 안팎을 싹쓸이한 결과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정당 득표율 차이가 전혀 없었던 서울의 경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정당투표에서 조국당, 진보당, 정의당 등에 갔던 표들이 지역구선거에서는 모두 사표 심리가 작동해서 민주당 후보에게 갔기 때문이고, 안 그래도 강남권과 한강권 10개 구를 제외한 15개 구에서는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광역의회에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 의석이란 것이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전체의석의 13%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높은 정당의 지역구 의석 싹쓸이 효과를 보정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요컨대, 단순 다수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덕분에 부풀려진 수도권 광역의회의 정당별 의석 차이를 보는 대신 비례투표 정당 득표율 차이를 보면, 민주당이 기대했던 것만큼 국힘당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마음에 사무칠 것이다.

영호남 광역의회의 더 심한 불비례성:

이번 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1년 후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 의석을 90% 이상 싹쓸이했던 것에 비하면 승자독식의 강도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제도가 공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국힘당이 막판 보수결집에 성공해서 더 팽팽한 대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다소 완화된 민심 왜곡 효과에도 불구하고 소선거구제의 지독한 불비례성과 양당의 적대적 공생구조는 그대로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괴리와 불비례성을 수도권 광역의회들(서울 44% 대 68%, 경기 50% 대 86%, 인천 50% 대 84%)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가 영호남권 광역의회들이다.

먼저 호남권 광역비례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은 광주 65.4%, 전남 68.2%, 전북 66.1%를 얻었다. 국힘당도 광주 11.3%, 전남 12.1%, 전북 11.8%라는 의미 있는 두 자릿수를 확보했다. 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 등 제3지대의 합산 득표율은 광주 23.3%, 전남 19.7%, 전북 22.1%에 달했다. 호남 유권자 셋 중 한 명은 민주당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는 뜻이다. 영남도 마찬가지다. 국힘당의 정당 득표율은 대구 66.8%, 경북 69.1%로 압도적이었으나, 부산에서는 49.2% 대 민주당 41.5%, 경남에서는 51.5% 대 민주당 39.8% 정도로 차이가 줄어들었다. 민주당은 대구, 경북에서조차 각각 18.4%, 16.5%를 얻었고, 제3지대 역시 대구 14.8%, 경북 14.4%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렇듯 다원적인 표심이 1인 소선거구제를 통과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호남에선 민주당, 영남에선 국힘당의 1당독재 의회구조가 성립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광역 의석은 민주당이 사실상 전석을 독식했다. 광주는 100%, 전남·전북도 95%를 웃도는 점유율이다. 35%에 가까운 비민주당 표심은 단 한 석으로도 전환되지 못한 채 통째로 사표가 됐다. 영남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구와 경북의 광역지역구는 국힘당이 전석을 쓸어 담았고, 경남도 90%대 중반, 부산은 88% 안팎을 가져갔다. 부산에서 41.5%를 던진 유권자, 대구·경북에서 30%를 넘긴 비국힘당 성향 유권자의 목소리는 의회 구성과정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65%의 지지가 의석의 100%를 차지하고, 35%의 민의가 0석이 되는 이 괴이한 산술이야말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가 만들어 낸 지역 과두제의 민낯이다.

4. 4~5인 순위투표제(STV) 선거제가 일으킬 변화. 특히 영호남에서:

만약 광역의원 선거를 원칙적으로 4~5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로 바꾸고, 투표 방식도 단기이양식 순위투표제로 전환한다면, 이런 풍경은 근본부터 바뀐다. 순위투표제의 핵심은 당선 쿼터(quota) 설정에 있다. 당선 쿼터는 100/(선출직수 + 1)%에 1표를 더한 숫자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5인을 뽑는 선거구에서는 당선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이 16.7%, 4인 선거구에서는 20%다. 이 문턱만 넘기면 누구든 의석을 확보한다. 1순위로 받은 표가 당선 쿼터를 넘어야만 당선되는 건 아니다.

먼저 1순위 표를 당선 쿼터를 초과해서 받은 후보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는 무조건 당선이다. 문제는 그가 당선 쿼터를 초과해 얻은 잉여표를 어떻게 처리할지다. 일단 그가 받은 모든 1순위 표의 2순위 후보들에게 잉여표를 나눠주되 이양된 표의 값은 잉여표의 비율만큼 낮은 가중치를 부여해서 이양하면 된다. 잉여표를 이양해도 제2, 제3의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는 필요한 수만큼의 당선자가 더 나올 때까지 그때그때의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되 그를 1순위로 찍은 표의 후순위 후보들에게 그 표를 나눠준다.

4~5인 중선거구에서 순위투표제를 실시하면, 유권자의 잉여표나 탈락표가 2순위, 3순위 후보에게 이양되기 때문에 사표 걱정 없이 소신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용지에서 후보의 순위를 매길 때 특정 정당명부의 후보순위 변경도 가능하고 여러 정당명부 간 교차 순위투표도 가능해서 유권자의 투표 효능감이 최고로 보장된다. 선거 결과는 당선 쿼터와 차순위 이양 방식 덕분에 비례대표제와 동일한 효과가 난다. 선거 과정에서 모든 후보는 2순위, 3순위 표도 구해야하기 때문에 경쟁 후보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네거티브가 사라지고 정책선거 풍토가 뿌리내린다.

이런 장점 때문에 2004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추첨으로 뽑힌 160명의 시민의회가 소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을 위해 1년 내내 200시간 정도 학습, 숙의한 후 거의 만장일치로 도달한 대안이 바로 2~7인 순위투표제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시민의회는 마지막까지 독일식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 순위투표제를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9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중선거구 순위투표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사표를 없애고 비례성을 보장하면서도 유권자 효능감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는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 순위투표제로 일괄 전환하는 방식이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방식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5인 중선거구의 당선 쿼터 16.7%의 잣대를 영호남 데이터에 대입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호남이다. 광주·전남·전북에서 20% 안팎을 확보한 제3지대 정당들은 선거연대를 통해 5인 선거구마다 자력으로 쿼터를 넘겨 최소 1석을 확보하게 된다. 조국혁신당이 이미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호남에서 민주당 독점을 흔들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은 흐름을 떠올리면 이는 수학적 귀결이다. 11~12%의 1순위 표를 얻을 국힘당 역시 탈락 후보들의 2순위, 3순위 표를 이양받아 호남에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60년 넘게 이어진 민주당의 호남 광역의회 100% 독점 체제가 해체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영남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실은 변화 가능성은 호남보다 영남이 더 무르익었다. 이미 민주당이 부산과 경남에서 40%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으면서 그것이 의석으로는 제대로 전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선거구 순위투표제가 실시되면 민주당이 모든 5인 선거구에서 안정적으로 복수 의석을 확보할 것이다. 대구·경북에서도 16~18%의 민주당과 14% 안팎의 제3지대가 각각 쿼터를 넘겨 최소 1~2석씩을 탈환한다. 국힘당이 전석을 독식하던 TK의 일당 지배가 무너지고 부산·경남에서도 제3지대가 캐스팅보트를 쥐는 다극 구도가 형성될 게 틀림없다. 결국 영호남을 지배하는 거대양당의 독점은 견고한 민심의 벽이 아니라 1인 소선거구제라는 낡은 제도가 만들어 낸 엄청난 착시효과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수도권의 효과는 영호남과는 조금 다르다. 수도권에서 제3지대의 정당투표율 합계는 호남만큼 두텁지는 않아서 모든 선거구에서 자력으로 의석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순위투표제는 이곳에서도 양당이 의석을 사이좋게 나눠 갖는 6대4 분점 구도를 깨고, 그동안 사표로 허공에 흩어졌던 진보 표심이나 중간 표심이 의석으로 전환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것이다.

표의 이양이 만들어 내는 질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소수 정당과 무소속 후보는 거대양당 지지자 가운데 온건한 유권자들의 2·3순위 표를 흡수하며 의석을 얻는다. 이는 단순히 양당의 의석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의회에 들어오는 사람의 질을 바꾼다. 극단적 진영논리에 갇힌 인물보다 다른 진영의 지지자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합리적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광역의원 선거에만 순위투표제를 적용할 이유는 없다. 기초의원 선거의 고질병이었던 거대양당의 의석 쪼개기와 의석 나눠먹기도 순위투표제가 정리한다. 현행 2~3인 중선거구제는 유권자가 단 한 명에게만 기표하는 방식이다. 거대양당이 ‘1-가, 1-나’ 식으로 후보를 복수 공천하며 의석을 양분해 왔다. 중선거구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양당의 95% 이상 독점구조였다. 4, 5인 중선거구 STV 방식으로 전환해 유권자에게 온전한 순위 기재 권한을 부여하면 양당이 4~5석을 모두 쓸어 담는 일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양당 독점률은 지금의 95%에서 70% 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 빈자리는 청년·여성·환경 등 다원적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5. 정치 발전의 관점에서 무엇이 바람직한가?

순위투표제(STV)가 바람직한 이유는 단순히 소수 정당에 의석 몇 석을 더 주기 때문이 아니다. 첫째, 표의 가치를 회복한다. 35%의 민의가 0석이 되는 사표의 비극이 사라지고, 정당 지지율과 의석 점유율이 정직하게 일치하는 비례성이 확보된다. 둘째, 지역주의를 해체한다. 영남과 호남을 각각 단일 정당의 맹주 체제로 묶어두던 빗장이 풀리면서 한 지역 안에서도 복수의 정치 세력이 경쟁하는 다원적 정치 생태계가 자란다. 셋째, 책임 정치와 연합 정치를 강제한다. 어느 당도 단독 과반의 폭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법안과 예산은 협상과 합의를 거쳐야 통과된다. 발목잡기와 독주가 동시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순위투표제는 표 이양 및 계표 과정이 복잡해 유권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군소 정당이 난립해 의회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거대양당은 이런 논리를 들어 제도 개혁에 미온적이다. 그러나 여럿을 뽑는 순위투표제는 이미 아일랜드 등 몇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당선 쿼터 문턱이 무분별한 난립을 걸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무엇보다, 현행 제도가 30%가 넘는 민의를 통째로 폐기하는 ‘안정’이라면, 그 안정은 지킬 가치가 없는 안정이다.

문제는 이 개혁을 누가 설계하느냐다. 거대양당이 스스로 자신의 의석 점유율을 깎아낼 4~5인 순위투표제를 도입할 리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여야 합의 불발을 명분 삼아 모든 개혁을 공전시켜 온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야 합의라는 명분 뒤에는 사실상 기득권을 함께 지키려는 담합이 자리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수많은 사표가 양산되고, 기초의원 선거의 의석 쪼개기 관행이 되풀이된 것은 그 묵계의 산물이다. 경기 규칙을 만드는 권한을 경기 당사자인 양당에게 맡겨 둔 ‘셀프 입법’ 구조 자체가 개혁의 최대 장애물인 셈이다.

따라서 실천적 해법은 규칙 설계 권한을 국회 정개특위에서 떼어내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로 구성한 ‘시민의회’로 이관하는 데 있다. 선거제도의 이해당사자가 아닌 주권자들이 직접 순위투표제나 단기이양 투표제 같은 룰을 숙의하고 설계할 때, 비로소 제도는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표성과 공정성이라는 원칙 위에 설 수 있다. 6·3 지방선거가 남긴 수치들의 한계, 즉, 빛바랜 승리, 견고한 지역주의, 증발한 35%의 민의는 바로 이 과제가 왜 다음 선거를 향한 가장 시급한 숙제여야 하는지를 또렷이 증언하고 있다. 평화 ✌️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