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 퇴임사>
고맙습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개무량합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많이 겪기도 했고, 해내기도 했고, 잊을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보면, 국회와 국민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키고 그렇게 지킨 민주주의로 다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해온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긴 공직 생활 중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은 기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여러분이 퇴직할 때 이 시간이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던 2년, 그런 의미 있는 시기로 떠올려지고, 공식 생활의 자부심으로 기억된다면, 저도 아주 기쁠 것 같습니다.
시가 하나 떠오릅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입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국회 앞에 벽이 많습니다. 갈등의 벽, 정쟁의 벽, 진영의 벽, 국민의 삶은 하루도 쉬지 않는데 이런 벽들에 막혀 국회가 공전하면,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국회와 국민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국회 공직자라는 자긍심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의 벽이 높더라도 한 분 한 분이 먼저, 결국은 벽을 넘는 담쟁이 잎처럼 국민과 국익, 민생과 미래라는 국회의 중심을 지켜주셨으면 하는 것이 임기를 마치는 제 바람입니다.
저의 각오이기도 합니다. 이제 내일부터 평의원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태도와 문화로서의 민주주의의 상이 실현되도록, 또, 정치를 힘이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로 만들어 국민의 삶으로 입증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끈기 있게, 끈질기게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년,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중요한 시기에 국회의장으로 일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고, 여러분과 함께여서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