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원: 입술의 말, 삶으로 드릴 책임
* 말씀: 민수기 30장 2절
우리는 말이 많은 시대를 산다. 입술은 빠른데 삶은 더디다. 표현은 풍성해졌으나 실천은 빈약해졌다. 말의 무게가 가벼운 시대에, 신앙인의 말은 어디에 서 있는가?
사람 앞의 말도 중요하지만, 하나님 앞의 말은 더욱 거룩하다. 신앙은 감동의 언어를 갖는 것이 아니라, 입술의 고백을 삶으로 감당하는 책임이다.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행할 것이니라.”(민 30:2)
1. 서원은 말로 드리는 제사다
서원은 하나님께 무엇을 드리겠다고 약속하거나,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삶을 살겠다고 결단하는 말이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스스로 제한하여 하나님의 거룩함에 결속시키는 자발적 결단이다. 그래서 서원은 말로 드리는 제사라 할 수 있다. 제물이 제단 위에 올려지듯, 서원은 우리 입술 위에 올려지는 신앙의 제물이다. 하나님 앞에서 한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삶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영적 실체로 남는다.
2. 서원을 깨뜨리지 말라
“깨뜨리지 말라”는 말은 “약속을 어기다”를 넘어 “더럽히다, 모독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네 입술의 말을 속되게 만들지 말라”는 명령이다. 우리는 감동 될 때에 쉽게 말한다. “주님, 내가 하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감동은 식고, 말은 흐려지고, 삶은 다시 예전 자리로 돌아간다.
문제는 인간의 변덕스러움이다. 물론 모든 결심을 완벽하게 지킬 수는 없다. 신앙의 길에서 누구나 넘어진다. 그러나 그 실패를 회개하지 않고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입술의 고백이 삶의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신앙은 박제된 교리에 불과하다.
3. 입으로 말한 대로 다 행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말과 삶 사이의 거리를 보신다. 말은 씨앗이고 삶은 열매다. 씨앗만 뿌리고 열매가 없다면, 그 말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말이다. 신앙의 말은 반드시 삶이라는 밭에서 자라야 한다.
베드로는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했다. 이것이 인간의 연약함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르셨다. 그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입술로만 전하지 않으셨다. 말씀을 몸으로 살아내셨다. 사랑을 말씀하셨고, 사랑으로 병든 자를 만지셨다. 용서를 말씀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원수까지 용서하셨다. 예수님은 말과 삶이 하나이신 분, 곧 서원의 완성이시다.
예수님은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마 5:34-37)고 말씀하셨다. 과장된 종교적 수사학으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민수기 30장 2절은 오늘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한 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새벽의 다짐, 예배 자리의 결단, 사랑한다고 약속했던 그 말은 어느 길 위에 멈춰 서 있는가 돌아본다.
이제 주님 앞에 회개의 기도를 드릴 마음이 있는가?
그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용기는 없는가?
** 기도문
신실하신 하나님,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다짐한 약속들이
허공의 메아리가 되지 않게 하소서.
입술의 고백이 삶의 순종으로 이어지며,
그 말을 일상의 자리에서 거룩히 지키게 하소서.
말씀을 몸으로 이루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오늘도 사랑과 신실한 믿음으로 살게 하옵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