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먼 발걸음 - 세사르 바예호 아버지가 주무신다. 근엄한 얼굴에 평온한 마음이 배어나고 이제는 이토록 감미롭기만… 그 안에 씁씁한 게 있다면

ree610 2026. 5. 14. 07:41

먼 발걸음

- 세사르 바예호

아버지가 주무신다. 근엄한 얼굴에
평온한 마음이 배어나고
이제는 이토록 감미롭기만…
그 안에 씁씁한 게 있다면 바로 나일 테지.

적적한 집 안, 기도 소리,
오늘 자식들 소식은 없다.
아버지가 깨어나 가만히 짚어본다
애굽으로의 피난, 피를 막는 이별을.
이제는 이토록 가까운데
그 안에 먼 것이 있다면 바로 나일 테지.

그리고 어머니는 저만치 텃밭을 오가며
이미 심심한 그 맛을 음미하신다.
이제는 이토록 보드랍고,
날개처럼, 해 떠오르듯, 지극한 사랑.

술렁임 하나 없이 적적한 집 안,
소식도 없고, 초록도, 어린 시절도 없다.
이 낮에 울퉁불퉁 험한 것,
아래로 내려가는, 삐걱대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하얗게 굽은 두 갈래 옛길.
그 길을 따라 내 마음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