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솔루트 리졸브:
새벽의 파열음과 제국의 귀환
- 백승종 (전 서강대 교수)
1. 새벽의 기습과 침묵한 방패
2026년 1월 3일, 카라카스의 덥고 습한 밤공기는 예고 없는 파열음으로 찢겨나갔다. '작전명 앱솔루트 리졸브(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미국의 군사 행동은 외교적 수사나 경고 사격이 아닌, 베네수엘라 심장부를 겨냥한 비수였다. 델타포스의 군홧발이 푸에르테 티우나(Fuerte Tiuna) 관저의 적막을 깨트렸을 때, 니콜라스 마두로가 자랑하던 러시아제 S-300 방공망은 기이할 정도로 침묵했다. 30분도 채 되지 않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지난 25년간 서반구의 지정학적 두통거리였던 '차베스주의'의 수장은 결박된 채 카리브해의 미 군함으로 압송되었다. 이는 단순한 체포가 아니라,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가장 노골적인 제국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 썩어버린 뿌리와 도래한 파국
이 파국은 하루아침에 잉태된 것이 아니었다. 우고 차베스가 쏘아 올린 '21세기 사회주의'의 이상은 마두로 치하에서 부패와 무능이라는 곰팡이로 뒤덮였다. 한때 남미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과 기아의 땅으로 전락했고, 2024년 대선에서 자행된 노골적인 부정 선거는 국제 사회가 품고 있던 마지막 인내심마저 앗아갔다. 외교적 해법이 질식한 자리에는 무력의 논리가 들어찼다. 2025년 하반기, '작전명 남부의 창'과 함께 카리브해를 메운 미 해군의 회색 선체들은 이미 예정된 결말을 향해 조용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3. 돈-로 독트린: 패권의 노골적 선언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작전을 '마약 테러와의 전쟁'이라 명명했지만, 그 이면에는 19세기 먼로 독트린의 망령이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해 있었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선언은, 주권이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복무할 때만 유효하다는 냉혹한 통보였다. 미국은 더 이상 막후의 조정자로 남기를 거부했다. "우리가 운영하겠다(We're going to run it)"는 대통령의 말처럼, 그들은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자원을 직접 관리하는 신탁 통치의 시대를 예고했다
4. 검은 황금의 저주와 지정학적 체스판
이 모든 사태의 기저에는 오리노코 강 유역에 잠든 3,000억 배럴의 석유, 그 검은 황금에 대한 갈망이 흐르고 있다. 미국의 셰브론과 정유사들은 낡고 녹슨 베네수엘라의 파이프라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다시금 피를 돌게 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유라시아의 경쟁자들이 미국의 앞마당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지정학적 쐐기 박기였다. 베네수엘라와 '전략적 동반자'를 맺었던 러시아도, 막대한 차관을 빌려준 중국도, 미군의 압도적 무력 앞에서는 규탄 성명이라는 종이 방패 뒤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5. 승리 뒤에 드리운 그림자
마두로는 사라졌지만, 베네수엘라에 평화가 깃들었다고 믿는 이는 드물다. 권력의 공백은 혼란을 부르는 초대장과 같다. 도시의 빈민가와 정글에는 마두로 정권이 키운 무장 조직 '콜렉티보(Colectivos)'와 국경을 넘나드는 게릴라들이 여전히 숨 죽이고 있다. 이라크의 전례가 보여주듯, 정규전의 승리는 종종 지루하고 피비린내 나는 비정규전의 서막일 뿐이다. 미군은 이제 파산한 국가를 재건하고,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워야 하는 거대한 수렁 앞에 서 있다.
한때 고국을 떠났던 난민들이 희망을 품고 돌아오려던 찰나, 전면적인 개입은 또다시 수백만 명을 국경 밖으로 내몰지 모른다. 2026년의 베네수엘라는 해방의 환희와 내전의 공포가 위태롭게 공존하는 살얼음판 위에 있다. '앱솔루트 리졸브'는 단호했으나, 그 결의가 가져올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다. 지금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카라카스의 불 꺼진 밤거리 위로 제국의 그림자가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드리워졌다는 사실뿐이다.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