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롱잔치, 부서별 발표회도 필요하다고
재롱잔치가 되어 버린 성탄절 :
1. 교회마다 형편과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많은 교회들이 해마다 성탄 시즌이 되면 교육 부서들의 발표회를 진행한다. 이 날은 예배 설교를 평소보다 짧고 단순하게 진행하고, 대신 유치부‧유년부‧초등부‧중고등부를 비롯해 청년부와 신혼부부까지 전교인이 순서를 맡아 찬양과 워십, 성극 등을 발표한다. 무대에 서는 아이들의 모습은 늘 사랑스럽고, 장년층이 중심이 되는 기성 교회에 젊은 활력이 더해지는 것 같아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관행 속에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점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성탄 발표회를 바라보며 세 가지 아쉬운 지점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2. 첫째, 성탄 발표회는 성탄에 대한 깊은 말씀을 들을 기회를 앗아간다. 교회 절기에서 성탄절은 (고난주간 및 부활절과 함께) 교회력으로 보나, 복음의 본질로 보나, 1년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이 놀라운 복음의 신비를 교회는 가능한 한 진지하고 경건하게 선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때에, 말씀의 청지기로 부름받은 목회자가 성탄 설교를 교육부서의 발표회로 사실상 대체해도 되는 것일까? 성도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발표회 관람’일까? 다음 세대의 발표회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성탄 설교를 단순히 축사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관행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3. 둘째, 성탄이 한 번의 행사가 되어버렸다. 사실 성탄절은 하루만으로는 도저히 다 담아낼 수 없는 복음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일주일 내내, 아니 12월 한 달 내내 대강절과 같은 절기 프로그램을 통해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고, 성탄과 관련된 말씀을 반복해서 들어도 부족할 만큼,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말구유에 놓이신 사건은 교회의 심장부에 놓인 진리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내가 속한 교단의 많은 교회들은 12월 내내 별다른 영적 준비 없이, 세상처럼 그저 트리만 하나 설치하고 분위기만 성탄처럼 꾸며 놓은 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발표회와 축하 순서를 중심으로 한 예배를 한두 번 드리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성탄이 ‘준비하고 기다리는 절기’가 아니라 ‘한 번 치르고 지나가는 행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참 아쉽다. 결국 이렇게 가면 성탄의 깊은 의미는 자연스럽게 교회 현장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4. 셋째, 성탄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점점 느껴지지 않는다. 교회학교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찬양을 부르고 율동할 때, 분명 입술로는 예수님의 이름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 모습 속에서 ‘주님을 향한 예배의 고백’이 느껴지기보다는, 교회 문화 속에서 익숙하게 소비되는 크리스마스 콘텐츠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어른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마음 다해 주님을 예배하기보다, 무대 위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박수하는 데에 더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성탄절 예배가 ‘주님을 높이는 자리’에서 ‘기독교식 재롱잔치 관람 시간’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런데 당연하다. 성탄의 깊은 메시지가 선포되지 않고, 한 번의 행사로만 끝나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해 예수님을 찬양할 수 있겠는가?


5. 나는 이 모든 현상의 책임이 결국 목회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성탄 발표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탄을 말씀과 예배의 절기가 아닌 행사 중심으로 이끌어 온 지도력의 방향이 문제다. 목회자가 하나님 말씀의 청지기로서 성탄의 신비를 성도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 주지 않고, 대신 분위기와 행사, 구성과 진행에 더 큰 비중을 두기 시작할 때,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탄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된다. 성탄절에 온 마음을 다해 예수님을 예배하도록 성도를 이끄는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목회자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행사 진행과 이벤트 준비로 바꾸어버린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성탄 재롱잔치 문화가 아닐까 싶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과연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신학적 문제이다. 만약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게으름이거나, 더 나쁘게는 성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 김태훈 목사




* 위에 사진들은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주의 은혜와 진리로 가득한 교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