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시

장마 - 이지언 - 검은 먹구름은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와 도시를 점령했다 벌써 며칠 째 밤이고 낮이고 되풀이되는 집중호우 죄 많은 도시의

ree610 2026. 7. 6. 07:42

장마

- 이지언 -

검은 먹구름은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와 도시를 점령했다
벌써 며칠 째 밤이고 낮이고
되풀이되는 집중호우
죄 많은 도시의 죄를 씻기 위해
슬픔 많은 도시의 슬픔을 거두기 위해
한여름의 빗줄기로 세상에 내려와
진흙빛으로 갈아입고
처참하게 생명을 잃을 줄 알면서
이 땅에 내려와 자신을 내동댕이친다
슬픔의 잔치는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낮은 음을 자랑하는 첼로의 독주곡처럼
너는 한낮에 한밤의 우울함을 연주하는
불행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기쁨보다 눈물을 사랑하는
음율의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