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한다는 말은/경주 남산
- 정일근 -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마지막 인사여야 하느니
사랑하고 있을 때 그런 말은 불어가는 바람이거나
그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민들레 꽃 한 송이면 족하리
당신이 기쁨을 만날 때 나는 슬픔이기도 했으니
당신의 눈물을 보았을 때
나에게는 핏빛 배는 통곡이기도 했으니
잎일 때 꽃을 보는 일처럼
꽃일 때 날리는 폭설을 생각하느니
왕이 죽어 능 하나 남길 동안
우주의 중심은 여기로 와 서라벌의 원으로 남았다
사랑은 그에게로 가 그림자로 붙박이는 일
눈발이 내 마음 손수건 한 장 크기로 남은 곳으로
그립다는 말은 겨울나무 추운 그림자로 따라왔는데
사랑한다면 믿어라 그 위에 볕이 쌓여
다시 하얀 민들레꽃이 필 것이니
잔기침 같은 바람인들 인연이라면
꽃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풍화할 것이니
사랑한다는 것은 죽음 앞에 남기는 약속이거늘
앞 생에서 당신 따라 여기 왔듯이
다음 세상에까지 인연으로 따라간다는 맹세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