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정교분리’에 관하여
-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서 신천지 및 통일교 관련 논란이 뜨겁다. 이와 연관하여 한국 기독교에서 정교분리 논쟁이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복잡한 문제다. 이 주제를 다루면서 먼저, 정치권 집단의 이해관계에 깊이 연관된 주장은 논외로 하자. 여당이나 야당에서 신천지와 통일교 관련 특검이 자기 집단에 미칠 파장을 계산하는 것은 정치 집단으로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기독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논할 때 정치적인 시각은 우선 옆으로 미뤄놓는 것이 좋다. 전광훈-손현보 관련 집단의 주장은 물론 일고할 가치도 없고.
정치와 종교의 상관관계는 인류 역사 내내 존재했다. 바리새파와 헤롯 당원들이 예수님에게 이렇게 질문하며 공격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마가복음 12:14).
정교하게 기획한 질문이었다. 예수님을 국가적인 범죄자로 몰려는 생각이다. 거의 외통수로 보인다. 정치와 종교의 상충이라는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어지는 17절에 예수님의 대답이 이렇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예수님이 종교가 정치 문제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며 위기를 모면했다고 해석하면 잘못이다. 예수님의 사역 기간 내내 반대자들은 끊임없이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문제’로 예수님 사역의 ‘궁극적인 목적인 하나님 나라의 작동’을 흔들려고 했다. 로마제국의 정치와 그에 연관된 현실에 악한 것들이 많았다. 세금 문제, 특히 이스라엘 지역의 구체적인 세금 징수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금 문제 하나가 하나님 나라와 체급이 같지 않다. 예수 공동체와 성령의 강림으로 사회 역사적으로 활동할 교회 공동체가 힘차게 작동하면 세금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이 개혁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신천지나 통일교 관련 문제는 사실 간단하다. 사회법을 어겼으니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하면 된다. 그동안 이 두 집단이 저지른 일들이 이미 상당한 정도로 드러나고 있고, 그 사회적 폐해가 심각했다. 한국 교계에서 이 두 단체와 연관된 상황을 놓고 가타부타할 문제가 아니다. 이단 집단 신천지가 이번 기회에 공권력으로 정리되는 것이 참 좋다는 기독교의 시각이 있겠지만, 사회적인 법치의 구조로 보면 그것도 부차적이다. 정부의 법치적 공권력이 기독교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면 기독교의 보수 집단에서 정교분리를 들먹이며 정부가 선을 넘는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떤가. 초점이 잘못됐다. 기독교의 보수 집단은, 특히 ‘전광훈-손현보 현상’을 적극 지지하는 극우 집단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교회가 정치 이념을 절대시하고 어떤 이념이나 특정 정당의 득세를 위해서 이단의 힘도 서슴없이 빌리며 결탁한 신앙적 죄를 먼저 회개해야 한다. 예컨대 2024년의 10·27 광화문 집회다. 기독교의 주요 교단들이 특정 정권 지지 집회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신앙 집회로 포장된 그 정치 집회 이후 (이 집회가 정치 집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집회의 기도 제목을 한 번만 읽어보라) 한 달 일주일 후 12·3내란이 터졌다.
정치에는 정치의 길이 있다. 정치는 사회적 현안과 그에 연관된 시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당 활동 더구나 선거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우선은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어떻게든 집권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의 길은 다르다. ‘종교’라는 말 자체가 으뜸의 가르침 아닌가. 기독교의 진리는 시대를 초월해서 궁극적인 가치를 품고 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시대든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상대화한다. 사랑과 평화로 모두를 포용하며 진리와 공의의 관점으로 불의와 비리와 독선을 책망한다. 신앙의 포용에 어떤 정치 집단 또는 사회 집단에도 예외가 없다. 책망에도 마찬가지다.
한국 교회가 성경에 터를 둔 신앙의 길을 걸어야 한다. 더 쇠락하지 않으려면. 다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를 펼치고 무섭게 자신을 성찰하며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목사와 장로들이. 잠시 후에 주님 앞에 설 텐데, 그때 무서운 책망을 받거나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참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