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별에 잠시 내린 여행자
- 이기중
눈을 뜨니 낯선 정거장
오늘이라는 새로운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무거운 기억의 가방은 현관에 벗어두고
빈 주머니에 호기심 하나만 챙겨 넣습니다.
여기는 잠시 빌려 쓰는 푸른 여관
가질 것은 없으니 잃을 것도 없습니다.
서툰 길이라 도리어 발걸음이 춤을 추고
모르는 언어라 귀 기울이는 일이 즐겁습니다.
마주치는 눈빛마다 이국의 풍경이요
스치는 바람조차 처음 듣는 환영의 노래입니다.
어색해서 설레고
예측할 수 없어 놀라운 기적의 연속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근사한 모험
지도 밖의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장은 낯선 곳을 향한 예의바른 떨림이고
이완은 이 별을 믿고 맡기는 여행자의 휴식입니다.
심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감탄하고 사랑하러 왔을 뿐.
햇살 한 줌을 팁으로 남기고
웃음 한 조각을 기념품으로 챙깁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별에 초대받은 행운
오늘 하루, 후회 없이 유람하다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행을 허락한 우주여.
반갑습니다, 나의 오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