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택한 ‘확신범’의 논리>
- 엘리트의 눈 먼 오만 -
대한민국의 일상을 장악한 쿠팡이라는 거대 플랫폼이 대다수 국민의 정보를 유출하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기업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차갑다. 대중은 묻는다. "왜 저렇게 멍청하게 대응해서 매를 벌까?" 하지만 자본의 세계에서 '멍청해 보이는 결정'은 종종 가장 '잔인하게 효율적인 계산'에서 비롯된다.
- 법적 책임의 최소화: 사과하지 않는 전략
기업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 도덕적으론 정답일지 모르나, 법적으론 독약이다. 김범석 의장과 엘리트 법무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중의 분노가 아니라 '법적 귀책사유의 공식화'다.
성의 있는 사과와 대규모 보상안을 내놓는 순간, 기업은 스스로의 과실을 100%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는 향후 이어질 천문학적 규모의 집단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한다. 그들이 내놓은 '약 올리는 수준의 쿠폰'은 대중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정에서 "우리는 피해 회복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주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알리바이'일 뿐이다. 그들에게 대중의 감정은 변수일 뿐, 상수는 오직 '법적 비용의 최소화'다.
-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의 부재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자신의 저서 <스킨 인 더 게임>에서, 책임지지 않는 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발생하는 재앙을 경고했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시민권자이며,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Coupang, Inc.)이다.
한국 사회의 정서나 국내법의 압박으로부터 그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국 대중이 아무리 분노해도 그의 경영권이나 실질적인 자산 가치에는 즉각적인 타격이 오지 않는다. '잃을 게 없는(No Skin in the Game)' 위치에 있는 결정권자는 대중의 상식보다 자본의 논리에 충실해진다. 한국 시장을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으로 볼 뿐, 함께 호흡해야 할 공동체로 보지 않는 오만함이 여기서 발생한다.
- 플랫폼 독점의 저주: "어차피 당신들은 못 떠난다"
그들이 당당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근거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에 대한 확신이다. 이미 쿠팡의 로켓배송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개인정보 유출 좀 됐다고 해서 내일부터 당장 앱을 지우고 시장바구니를 들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한 믿음이다.
이것은 시장 지배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독점자의 오만'이다. 그들은 대중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데이터와 결제 수단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숫자'로 본다. 숫자는 감정이 없으므로, 잠시 소란이 일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최저가와 빠른 배송을 찾아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다. 이 확신이 상식 밖의 뻔뻔함을 가능케 한다.
- 결론: 멍청함이 아니라 '계산된 불통'
결국 쿠팡의 대응이 멍청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상식과 도덕'의 언어로 말하지만, 그들은 '법률과 비용'의 언어로 대답한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내린 그 결정은 인격적인 성숙함은 결여되었을지언정,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선 지극히 '똑똑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증명한다. 숫자로만 세상을 보던 기업들이 결국 무너지는 지점은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대중의 외면'이었다는 사실을. 2025년의 끝자락에서 쿠팡이 보여준 그 오만한 선택은, 훗날 기업의 몰락을 기록하는 첫 문장이 될지도 모른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때 쿠폰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살점을 깎아내는 용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