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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보도 이후...터져나오는 쟁점에 대하여: 제가 글을 올렸더니 지지해 주신 분도 많지만, 반대와 공격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ree610 2025. 12. 10. 08:08

조진웅 보도 이후...터져나오는 쟁점에 대하여:

제가 한 차례 글을 올렸더니 지지해 주신 분도 많지만, 반대와 공격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그 반대나 공격 중에는 제가 수십 년간 피해자학과 형사정책 강의에서 언급하고 토론하며 강조해 온 논점들도 많이 보입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이니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소년사법, 소년법, 보호처분의 성격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전 글에서 설명드린 바 있고요. 아래에서는 '피해자'적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몇십 년 전 소년 시절의 범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과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피해자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사과가 가능한가입니다.
몇십 년 전 사건이라면,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전달할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오히려 가해자가 “그때의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피해자를 직접 찾는다면, 그것 자체가 더 큰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면이나 직접적인 사과는 사회적으로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연예활동을 중단하며 “지금이라도 피해자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SNS나 방송을 통해 말한다면, 그 사과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요? 피해자인가요, 아니면 대중인가요? 몇십 년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사과를 표명한다면, 그 진의나 진정성은 여러 갈래로 해석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과 발언이 있든 없든, “연예활동을 접겠다”는 입장은 실제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피해자에게 사과를 직접 전달하려면, 피해자의 신원이나 연락처를 알아야 하는데, 그 자체가 2차·3차 가해로 비난받을 여지도 큽니다.
결국 ‘몇십 년 뒤의 사과’라는 것은 그 자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SNS 몇 줄의 사과가 피해자에게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쟁점 2]
“적어도 피해자가 볼 수 있는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공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연예활동이든, 어떤 사회활동이든, 다 어렵습니다. 성공이 보장된 일이 아닙니다. 극심한 경쟁과 노력에도 성공에 이르기 어려운 세계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할 때, ‘아무 일이나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미리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직업 선택은 개인의 자유 영역입니다.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분야 노출은 피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해서는 안 될 분야’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요? 죄값을 치르고 석방된 사람이 합법적 영역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때,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잣대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든, 그가 노력해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됩니다. “너는 노력하되, (피해자에게) 알려질 정도로 성공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는 과연 타당할까요?

[쟁점 3]
“피해자 가족이라면 이렇게 관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주장에 대하여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이 느끼는 분노, 원한, 복수심은 너무나 당연한 본능적 감정입니다. 그러나 문명사회는 사적 복수가 아니라 공적 제재를 절차와 증거에 따라 시행하는 체계를 택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분노나 복수를 사회적 응징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공적 응징은 개인적 복수보다 완화된 형태이지만, 대신 사회 전체에 경계를 주고, 가해자도 처벌 후 사회에 복귀하여 건강한 구성원으로 기여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해자 가족의 원초적 감정’을 사회적 응징의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은 오늘날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쟁점 4]
“가해자를 돌팔매질하고 생매장하려는 것이 피해자의 회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하여

1.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정당한 요구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1)자신이 왜 피해자가 되었는지, 범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정확히 알 권리.

(2)가해자 처벌 절차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

(3)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을 권리.

진정한 사과는 피해 회복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잘못의 인정을 통한 사과는 처벌이나 배상 절차를 단축시키고,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며, 피해자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 힘이 됩니다.

2. 피해자는 신체적·재산적 회복뿐 아니라, 정신적 치료와 상담, 사회적 지지망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해자가 그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장기 수감 중인 범죄자의 경우, 피해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의 사과보다 사회·국가의 지원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법적·제도적 보상, 의료 및 상담 지원, 공동체의 지지 체계가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3. 가해자만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면서 피해자를 방치한다면, 피해 회복은 결코 완전해질 수 없습니다.
진정한 관심은 가해자에 대한 공격적 비난(조리돌림, 낙인찍기, 돌팔매, 생매장식)은 인간존엄에도 맞지 않고, 문제해결도 안됩니다. 의료적, 법적, 정서적 지지망을 확충하고, 피해자 지원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가해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피해자의 회복을 중심으로 ‘할 일을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 한인섭 명예교수 (서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