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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의미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 정종훈 (연세대 명예교수) 최근 한미 군 당국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ree610 2026. 2. 28. 15:03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의미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 정종훈 (연세대 명예교수)

최근 한미 군 당국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3월 9일부터 19일까지 22회의 기동훈련을 포함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 대한 방어 훈련이라고 하지만, 최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언제라도 실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훈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있을 때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유의 방패’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이 정말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훈련일까. 한국의 동맹인 미국은 이 훈련을 한국의 국가 안보와 자유를 위한 훈련으로 상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미국이 자신들의 자유를 마음껏 행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맹의 미명 아래 한국에 전쟁 연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요청과 상관없이 한미연합훈련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상황을 보노라면, ‘자유의 방패’에서 ‘자유’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듯하다.

  첫째는 동맹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강대국 ‘미국의 자유’이다. 비대칭적 동맹 구조에서 약소국은 ‘안보’라는 공공재를 얻는 대가로 ‘자율성’이라는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할수록 미국의 안보 제공 능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해지고, 이는 미국의 발언권을 더욱 강화시키는 구조적 순환으로 이어진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이러한 상황을 “힘의 비대칭성은 곧 의존성의 비대칭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미국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 불균형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신들의 작전 계획과 일정에 따라 훈련을 ‘밀어붙일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의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둘째는 한국을 대중국 포위망의 전초 기지로 기능하게 하는 미국의 ‘전략적 자유’이다.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NDS)」와 「국가안보전략(NSS)」은 중국을 ‘가장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광범위한 대중국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1월 한미 외교·국방 장관급 회담에서 공식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방어라는 기존 임무에 더해 ‘지역 안정’이라는 모호한 임무를 추가했다. 이 ‘지역 안정’은 사실상 ‘중국 견제’로 해석될 여지가 명백하다. 요사이 한미연합훈련에는 한반도 방어뿐 아니라, 해상 봉쇄, 분쟁 지역에서의 미군 증원, 고등군사훈련 등 대규모 작전을 가정하는 훈련들이 포함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억제 전략에 점점 더 깊숙이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셋째는 미국의 전시작전권 아래 주어지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시장 개척의 자유’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을 때, 한국군의 무기 체계는 미군의 지휘·통제·통신·정보·정찰(C4ISR) 체계와 완벽하게 호환되어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무기 도입 시장을 미국산 무기로 고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했던 군산복합체는 전쟁이나 긴장 상태가 유지될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 한미연합훈련은 최신 무기 체계의 성능을 시연하고, ‘전장의 통일성’이라는 명분으로 한국군의 무기 교체 수요를 창출하는 최적의 마케팅 장소가 된다. “더 좋은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군사적 요구는 결국 “더 많은 국방비의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한미연합훈련은 무기 판매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넷째는 한국의 자연환경을 담보로 하는 미국의 ‘신무기 시험의 자유’이다. 미국의 해외 군사훈련은 종종 환경 파괴와 지역 주민의 피해를 수반한다. 이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군사적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외면’의 결과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미국의 군사 작전 활동에 대해 한국의 환경 규제를 사실상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환경법이라는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신무기를 시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림을 의미한다. 또한 사격 훈련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 저공비행으로 인한 소음 공해, 훈련 중에 발생하는 각종 사고의 위험은 지역 주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그 대가를 한국 사회와 환경이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섯째는 군사적 자유를 넘어선 미국의 ‘패권적 자유’이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대규모의 군사력을 전개하고 훈련할 수 있는 군사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방산 산업을 위해 동맹국의 군수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필요시 경제 제재나 압박의 수단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도 획득한 상태에 있다. 나아가 미국은 동맹국의 대외 정책을 자국의 세계 전략, 특히 대중국 견제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정치적 자유까지 행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의 방패’라는 이름은 포장지일 뿐, 그 내용은 미국의 군사적·경제적·정치적 패권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복합적인 욕망일 뿐이다.

이제 한국은 한미연합훈련의 허울 좋은 ‘자유’의 실체를 직시하고, 종속적인 동맹을 넘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적 실리, 지역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보다 자주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자주적인 전략을 말한다고 해서 동맹관계를 파기하거나 반미(反美)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중견국가로서 위치하는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자주적인 국가의 당연한 요구이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조연의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양자 동맹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변 국가들과의 균형적인 관계를 통해 외교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은 미국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임을 스스로 자각해야 진정한 자유에 이를 것이다.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