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내 마음 속 진짜 진짜 원하는 것: 로마서 10:1에 바울이 건네는 고백, “형제들아 내 마음에 원하는 바와 하나님께 구하는 바는..

ree610 2026. 2. 25. 08:16

내 마음 속 진짜 진짜 원하는 것:

로마서 10:1에서 바울이 건네는 고백을 가만히 따라가 봅니다.
“형제들아 내 마음에 원하는 바와 하나님께 구하는 바는 이스라엘을 위함이니 곧 저희로 구원을 얻게 함이라.”
여기서 원하는 바라고 번역된 헬라어 εὐδοκία(유도키아)는 입 밖으로 내뱉는 단순한 소망을 넘어선 말입니다. 좋다 혹은 잘된다는 뜻의 εὖ(유)와 그렇게 생각한다 혹은 여긴다는 뜻의 δοκέω(도케오)가 만난 이 단어는, 영혼이 무의식중에 참 좋다고 긍정하는 지점이자 생각만 해도 속이 흐뭇해지는 진짜 지향점을 뜻합니다.

기도의 자리에 앉아 품격 있는 제목들을 나열하곤 하지만, 실제 마음의 깊은 소원(εὐδοκία)은 가끔 그 거룩한 명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기도 합니다.

솔직해져 볼까요.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이 잘되었다는 소식보다는 적당히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의 생각(δοκέω)이 더 활발하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공들였던 자리를 떠난 뒤 그곳이 내가 있던 전보다 더 잘 돌아간다는 소문이 들리면, 축하의 말 뒤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반면에, 뭔가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거봐 '내가 있을 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속에서 자동으로 쏘아붙일 준비를 하곤 합니다.

심지어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 도저히 못 견뎌 할 때도 참 많습니다.
상대의 완벽함이나 성공을 그대로 인정하기엔 속이 너무 좁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결점을 찾아내어 사실 저 사람은 이게 문제야라거나 저건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는 말을 얹어야 비로소 뒤틀린 마음의 평형이 맞춰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하는 분야를 다른 사람이 상당히 잘할 때에, 타인의 가치를 훼손해서라도 우월함을 확인받고 싶은 이 가련한 충동이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가 튀어나오곤 합니다.

남의 실패를 나의 성공처럼 여기고 타인의 허물을 내 의로움의 근거로 삼으려는 뒤틀린 안도감은 인간의 아주 오래된 습성입니다. 타인의 고난을 보고 평안을 유지하려는 이 이기적인 εὐδοκία야말로 신앙의 이름으로 가리고 싶어 하는 정직한 민낯이 아닐까요.

그런데 바울이 보여주는 εὐδοκία는 참으로 기묘하게 다가옵니다. 자신을 돌로 치고 박해했던 원수 같은 동족들을 향해, 그들이 구원을 얻어 잘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이 흐뭇해진다고 고백하니 말입니다. 이것은 성격이 좋거나 의지가 강해서 가능한 일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의를 세우려는 세계관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그리스도의 마음이 들어앉았을 때만 나타나는 기적 같은 오작동일 것입니다.

또한 로마서 10:4는 그리스도가 율법의 마침인 τέλος(텔로스)가 되셨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마침은 단순히 끝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성취를 뜻합니다. 율법의 최종 목적은 누군가를 옭아매고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두를 살리는 의를 완성하는 데 있습니다. 정작 심판의 전권을 쥐신 분은 살리기 위해 그 권한을 내려놓으셨는데,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타인의 인생에 판사 노릇을 하며 안 되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월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깊은 숨은 의도(εὐδοκία)는 숨기기 어렵습니다. 입으로는 대의명분을 읊조려도 영혼이 진짜 어디에서 안도감을 느끼는지는 하나님이 아시고 양심이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마음의 진짜 원하는 리스트를 함께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넘어짐을 보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빈곤한 신앙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설령 잊히더라도 공동체가 견고히 서가는 것을 보며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넉넉함, 깎여나가는 것 같아도 상대방이 세워지는 것을 보며 참 좋다고 여기는 그 고귀한 εὐδοκία가 깃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번 주에는 기도를 조금만 방향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주님, 이웃이 나보다 조금 더 잘 되게 해주시고 그 모습을 봐도 배가 아프지 않게 마음의 그릇을 좀 키워주십시오라고 말입니다.

- 김한원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