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는 개인의 삶으로 들어오고,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됩니다>
이종찬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아들이 기록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출간하신다고 해서, 놀랍기도 하고 또, 무척 기대가 됐습니다.
원래 이종찬 회장님이 기록으로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공직생활을 하면서 수첩에, 일기에 빈틈없이 남겨두신 기록이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압니다. 지난 2018년에 상당 부분을 국회도서관에 기증하시면서, “기록은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후세 사람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던 걸 기억합니다.
이런 분이니까, 어머니 말씀은 또 얼마나 꼼꼼히 잘 기록을 해두셨을까 싶은데요. 게다가 그 기록을 오랜 기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정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머니께서 여기 계셨다면, 흐뭇한 미소로 아드님 등을 토닥여 주셨을 것 같습니다. 조계진 여사님 영전에도 축하 인사를 올립니다. 이종찬 회장님은 저에게는 대선배님이고,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십니다. 독립운동가 가문의 자긍심을 지켜오셨고, 오랜 세월 공직자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가장 앞장서서 추상같이 꾸짖으면서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오셨습니다.
이번에 조계진 여사의 자서전을 보니까, 이종찬 회장님의 올곧은 정신, 강단, 이런 것들이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대는 개인의 삶으로 들어오고,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고들 합니다. 조계진 여사의 일생만큼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시대의 커다란 태풍 속에서 살았다”고 한 조계진 여사 말씀대로, 역사의 목격자이자 숨은 영웅으로서, 파란만장했던 발자취가 이 회고록을 통해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되는 듯합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했던 어마어마한 사건들을 한 개인이 서술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말 드문 일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서는 ‘우리 역사의 육성(肉聲)’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은 저도 독립운동가의 딸인 제 어머니 김례정 여사의 삶을 담아 ‘어머니의 강’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는데, 시대를 증언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찬 회장님과 저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인데, 이종찬 회장님께서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후임 이사장으로 저를 추천하면서 “당신이 맡는 것이 운명“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운명처럼 이끌려서, 저도 독립정신 계승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직접 모셔 오기도 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운동에 이종찬 회장님과 힘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 출신 첫 국회의장이라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나라의 정체성을 똑바로 세우고, 우리 독립전쟁의 역사를 조명하는 일에도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회 경내에 독립 기억 광장도 조성 중입니다.
이종찬 회장님께서 지금까지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하는 여러 활동을 해오면서, 이렇게 저 같은 후배 정치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오셨습니다.
이번 회고록도 많은 국민이 우리 근현대사, 독립운동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귀한 사료가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삶에 역사의 숨결을 불어넣은 아들, 이종찬 회장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면서, 조계진 여사의 삶이 우리 역사를 밝히는 등불이 되길 희망합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