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퇴임 감사예배에서 축사해 주신 다른 두 분의 글을 공유합니다. 강경민 목사님은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 상임대표님으로서 창립 때부터 함께해 오신 보수교단 출신의 진정한 동지다. 웬만한 정치평론가보다 통찰력이 뛰어나다. 허호익 교수님은 연세신학연구회의 영원한 회장으로서 학부시절부터 신학과 목회, 많은 부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신 존경하는 선배다. 연신 후배들이 참 좋아한다. - 정종훈 교수

<강경민 목사님의 축사>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강경민 목사입니다.
저는 정종훈 교수를 15년 전에 처음 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진보/보수의 간극이 너무 깊어서 민족의 최대 과제인 평화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심대한 견해차가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교회라도 진보/보수가 연대하여 ‘평화통일담론’을 만들어 민족의 빛이 되길 소망했습니다. 당시 한국 교회의 양대 연합 기구였던 NCCK와 한기총의 멤버십을 갖고 있던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인 연대>를 구성했습니다.
당시 정종훈 교수님은 NCCK 멤버십으로, 저는 한기총 멤버십으로 만났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증오와 전쟁이 아닌 사랑과 평화로 만나야 한다는 우리의 소박한 열망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기도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우리의 모임이 진행된 장소는 주로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모임이 거듭되면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화통일담론’의 경계를 훌쩍 넘어서서 우리는 서로의 신학과 인격의 성소까지도 숨길 방법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들 사이에는 진보적이라 일컫는 NCCK와 보수적이라 일컫는 한기총의 차이는 없어지고 우리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그는 진실로 진실로, 예수 그리스도께만 헌신한 사람입니다. 정종훈 교수! 그는 민족의 평화적인 통일을 꿈에도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남과 북, 8천만 겨레가 평화적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사회가 진실로 민주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진실을 온몸으로 각성한 사람입니다.
정종훈 교수는 작년 12월, 12.3 내란이 있기 훨씬 전부터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미리 파악하고 <윤석열정권폭정종식을위한그리스도인모임>에서 성명서 발표 책임자가 되어 윤석열 정권의 폭정이 종식되어야 할 이유를 혼신의 정열로 질타했던 우리 시대의 예언자였습니다. 저는 지난 14년 동안 정종훈 교수와 마음과 뜻을 같이 하며 한결같은 동지 의식을 잃지 않고 아주 가까이서 동행했던 사람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그의 열정과 헌신은 다만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한 헌신만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입니다.
정종훈 교수는 옆 사람이 샘이 나도록 연세를 사랑하고, 연세를 자랑하고, 연세의 정신을 계속 북돋아 온 사람입니다. 그는 오늘 연세의 정교수직을 놓고 떠나지만, 그는 영원히 연세의 사람으로 연세가 첫사랑을 잃지 않도록 연세의 정신을 북돋아 갈 것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연세를 설립할 때, 그 첫사랑으로 살아오신 영원한 연세인! 정종훈 교수가 명예롭게 교수직을 감당하시다가 오늘 이렇게 명예롭게 은퇴하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허호익 교수님의 축사>
정종훈 목사님의 은퇴를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45년 전 1980년 5월의 광주가 있은 다음 해 1월부터 몇몇 대학원 후배들과 함께 연세신학연구회라는 작은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신학도’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신학의 길과 목회의 길을 함께 모색하려고 뜻을 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역사 의식을 가지고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를 섬기기 위해, 신학적 소양과 목회자의 심성을 함께 가다듬어가기로 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돌아가며 논문 발표를 하고 신학적 토론과 목회적 비전과 시국담을 나누느라 수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동안 수십 명이 모였다 흩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5명의 신학 교수와 2명의 신부, 10명의 목사들이 두 달에 한 번씩 부부 모임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임에 가장 열심이었던 참 좋은 후배 중 한 분이 바로 정종훈 목사입니다.
정종훈 목사님은 참 좋은 목사입니다. 친가와 처가에 모두 5명의 목사님을 둔 모두 목회자 집안이기에 목회자의 심성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교목으로 연세대를 섬기는 동안 누구보다도 연세의 기독교 정신 함양에 힘썼고, 모든 대학 구성원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목회자였습니다. 연세대학교 교목으로서 착하고 충성된 목회자상을 남겼다고 믿습니다.
정종훈 박사님은 참 좋은 윤리학자입니다. 정종훈 박사님은 사회윤리 의식이 아주 투철한 실천적인 윤리학자의 본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평통연대의 창립을 주도하고 지난 15년 동안 평화운동에 앞장섰고, 최근에 ‘폭정 종식을 위한 그리스도의 모임’에서도 주도적인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정 박사님의 사회실천적인 윤리학자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저는 조직신학자로서 <천지인신학>과 <천지인조화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오늘 퇴임 특강을 들어보니, 정 목사님은 천지인의 조화를 삶의 지표로 삼고, 이를 열정적으로 실천해 온 것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간 정종훈은 가까이하고 싶은 정이 많고 훈훈한 참 좋은 사람입니다. 남을 낫게 여기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존경하는 허 선배님’으로 시작되는 카톡이나 페이스 북 답글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종훈 목사님을 생각하면 ‘후생이 가외’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후배이지만 가히 존경한다’는 말로 축사를 마감합니다.
끝으로 은퇴 후에도 우리 사회와 교계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시길 바라며, 음동일 사모님의 내조의 성공도 아울러 축하합니다. 두 분의 남은 생애가 영혼육 간에 더욱 강건하고, 복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