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할멈 - 임보 참, 많이도 가지고 놀았네/ 반백 년이 가까워지도록 매일 보고 만지고 하였으니 이젠 싫증이 날 법도 한데
ree610
2025. 5. 10. 08:46

할멈
- 임보
참, 많이도 가지고 놀았네
반백 년이 가까워지도록
매일 보고 만지고 하였으니
이젠 싫증이 날 법도 한데
아무리 희한한 장난감이라도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건
고작 며칠 일 뿐이거늘
나는 참 미련한 놀이꾼인가 보네
헌 양은 접시마냥 쭈그러들고
색깔도 많이 바래 볼품없네
게다가 부드러운 맛 다가시고
갈수록 시끄럽기만 하네
하지만 더 부서지지 않길 바라고
아직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은
덜 열린 그 속에 평생 궁금하고
그네 옆자리가 그래도 무던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