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ree610 2025. 3. 25. 09:46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지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