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ree610 2024. 4. 19. 08:40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